서유기 西遊記 제 36장 산란한 마음이 고요해지고, 외도를 벗어나 깨달음을 얻다

서유기 西遊記 Journey to the West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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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

산란하던 마음의 원숭이, 마침내 번뇌를 잠재우고

편견의 문을 깨치니 맑은 달빛이 드러난다.


그 무렵,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내려와, 삼장 앞에 공손히 서서

보살이 동자들을 빌려 보낸 일과, 태상노군이 보물을 거둬 간 내막을 상세히 보고했다.

삼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와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더욱 마음을 다잡으며 다짐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정성을 다해 서역으로 가겠습니다.”

그는 곧 안장을 잡고 말 위에 올랐다.

팔계는 짐을 짊어지고 뒤따랐고,

사오정은 말고삐를 잡고 길을 이끌었다.

손오공은 손에 여의봉(鐵棒)을 들고, 앞서 나가 험한 산길을 헤쳐 나갔다.

그들은 다시 서쪽 길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그 앞길은 말로 다 못할 고생이었다.

물가에서 잠을 자고, 바람 속에서 밥을 먹고,

서리에 젖고, 이슬을 맞으며—

험난한 길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사제들은 한참을 걸어 또다시 한 고개를 넘었다.

그러자 눈앞에 또 한 줄기 높고 험한 산이 길을 막고 있었다.

삼장은 말 위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제자들아, 저 산을 보아라. 저토록 험한 산세라니…

또다시 요괴들이 우리를 덮칠까 걱정이 되는구나.

모두들 조심하여 대비하자.”

손오공은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평정하고 정신만 집중하시면,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자 삼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자들아, 서역 길은 어찌 이다지도 험하고 먼 것이냐?

생각해보면 우리가 장안성을 떠난 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기를

몇 해나 반복했건만, 아직도 목적지에 닿지 못했구나…”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스승님, 아직 멀었죠.

말하자면 아직 문턱도 넘지 못한 셈입니다.”

저팔계가 듣고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형님, 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네.

세상에 그렇게 큰 문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손오공은 다시 말했다.

“그렇지, 형제야.

지금 우리는 아직도 대청마루 안을 돌고 있는 셈이지.”

그러자 사오정도 웃으며 말한다.

“형님, 허풍 좀 그만 떠세요.

그렇게 큰 마루가 있다면,

그걸 받칠 대들보는 도대체 어디서 구합니까?”

손오공은 손가락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말 들어봐.

푸른 하늘을 지붕 삼고,

해와 달을 창살 삼으며,

온 산과 오악(五岳)을 대들보 삼고 기둥 삼으면,

이 천지야말로 하나의 넓은 대청마루 아닌가?”

팔계는 기가 막혀 말한다.

“됐네요, 됐어.

이럴 바엔 그냥 여기서 발길 돌려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손오공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따라오기나 해라.”


용맹한 손오공은 철봉을 어깨에 메고,

삼장을 앞세워 험한 산길을 힘차게 헤쳐 나갔다.

삼장은 말 위에서 멀리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이지, 앞에 펼쳐진 산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장엄하였다.

바로 그 풍경이 이러했다—

산봉우리 뾰족히 솟아 북두칠성 자루를 찌를 듯하고,

나뭇가지 끝은 하늘에 닿은 듯 구름 속에 잠겨 있다.

푸른 연기 자욱한 골짜기에서는

이따금 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울창한 수풀 그늘 사이로는

솔숲 속 학의 울음이 간간이 흘러나온다.

산바람 부는 계곡가엔 도깨비 같은 산의 정령이 우뚝 서서

나무꾼을 놀려대고,

깎아지른 바위턱에는 요사스런 여우 요괴가 다리를 꼬고 앉아

사냥꾼들을 놀라게 한다.

참으로 장대한 산이다!

사방의 절벽은 높이 솟고,

사면이 모두 아찔한 벼랑으로 둘러싸였다.

기묘하게 꼬인 노송은 푸른 그늘을 펼치고,

말라 죽은 고목에는 덩굴이 엉켜 매달려 있다.

폭포는 절벽 아래로 흘러내리고,

그 물줄기의 찬 기운은 피부를 뚫고 뼛속까지 스며들 듯하다.

봉우리 위로는 찬바람이 몰아치고,

산들바람이 눈을 찌르고, 꿈마저 놀랄 만큼 맑고 매섭다.

때때로 들리는 맹수의 으르렁거림,

간간이 들리는 산새의 지저귐.

노루와 사슴 무리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뛰어다니며,

사향노루 떼는 무리지어 먹이를 찾아 산을 오르내린다.

들판에 잠시 멈춰 둘러보면,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풀밭,

움푹 파인 골짜기마다

이리와 승냥이가 어슬렁거린다.

이곳은 결코 부처님이 수행하실 곳이 아니라,

짐승들과 새들이 들끓는 산야일 뿐이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던 삼장은 몸을 떨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고삐를 움켜쥐고 중얼거리듯 탄식했다.

“오공아…

내가 이 산에 발을 디딘 게 익지(益智: 지혜풀)에서 맹세한 순간부터였지.

왕불유행(王不留行)이 나를 도시 밖까지 배웅해 주었고,

길 위에서는 삼릉자(三棱子)가 불쑥 나타났지.

가는 길엔 마두령(馬兜鈴)이 채근을 놓고,

언덕과 계곡을 돌며 형개(荊芥)를 찾았으며,

산을 넘고 산을 넘어 복령(茯苓) 앞에 절을 했네.

지금의 내 꼴은 그저 방기(防己)처럼 축 늘어진 몸뚱이요,

죽력(竹瀝)처럼 흐물흐물하지.

그나저나…

회향(茴香)처럼 내가 궁궐에 입궐할 날은 대체 언제란 말이냐?”


손오공은 삼장의 한탄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편히 하시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십시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으니,

때가 되면 자연스레 성과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사제들은 산 풍경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붉은 해가 서쪽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때의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시와도 같았다

열 리 길 어귀엔 지나는 나그네 하나 없고,

아득한 하늘 위엔 별들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하네.

팔방의 큰 강엔 모든 배들이 항구에 닿았고,

칠천 주현은 모두 문을 닫고 잠든다.

육궁 오부의 관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사해 삼강의 어부들도 낚싯줄을 거둔다.

두 채 누각엔 종과 북이 울리고,

한 조각 둥근 달이 천지를 가득 밝히는구나.


그때 삼장은 말 위에서 멀리 산 아래를 바라보다가

계곡 너머로 누각과 전각이 겹겹이 솟아 있는 풍경을 발견했다.

삼장은 말했다.

“제자들아,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저기 보이는 저 누각은 분명 암자나 절일 것이다.

오늘 밤은 저곳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다시 길을 떠나자꾸나.”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승님 말씀이 옳습니다. 먼저 제가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곳인지 확인해 보지요.”

그러고는 구름을 타고 솟구쳐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그곳은 한 산속의 문(山門)이었다.

그 풍경은 참으로 웅장하고도 고요하였다

팔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벽은 진흙에 붉은 분을 칠했고,

양쪽 문 위에는 황금 못이 촘촘히 박혀 있다.

겹겹이 쌓인 누각은 산기슭에 숨어 있고,

층층의 전각은 깊은 산 속에 감춰져 있다.

만불각은 여래전과 마주하고,

조양루는 대웅문을 향해 서 있다.

칠층탑은 구름과 안개에 감싸여 있고,

삼존불은 신령한 빛을 발하고 있다.

문수대는 가람사와 마주하고,

미륵전은 대자당과 나란히 있다.

산을 바라보는 누각 밖엔 푸른 빛이 어른거리고,

보허각 위엔 자줏빛 구름이 피어오른다.

소나무 관문과 대나무 뜰은 푸르른 기운에 둘러싸이고,

방장실과 선당(禪堂)은 그윽하고 청정하다.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엔 즐거움이 있고,

길과 길마다 기쁘게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참선처엔 선승이 설법하고,

악기방에선 가락소리가 흐른다.

묘고대엔 담화(曇花)가 피고,

설법단 앞엔 패엽경(貝葉經)이 자란다.

참으로 이곳은

숲이 삼보(三寶)의 터전을 가리고,

산이 범왕(梵王)의 궁을 감싸는 곳이었다.

반쪽 산허리에선 등불이 반짝이고,

한 줄기 향내는 안개처럼 은은히 피어올랐다.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내려와 삼장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말로 절 하나가 산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룻밤 묵어가기엔 딱 좋은 곳입니다.

이제 함께 가시지요.”


삼장은 말고삐를 풀고 절을 향해 곧장 걸음을 옮겼다.

사제들은 어느새 산문 앞에 도착했다.

손오공이 앞서 물었다.

“스승님, 그런데 이 절 이름이 뭔가요?”

삼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겨우 말발굽을 멈춘 참이고, 발끝은 아직 등자도 못 벗었는데,

벌써 절 이름부터 묻다니, 참으로 성급하구나!”

손오공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스승님은 어릴 적부터 출가하셨고,

유가의 경서도 익히고 불법에도 밝으신 분인데,

문 위에 저렇게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는데 그걸 못 알아보십니까?”

삼장은 어이없어하며 손오공을 꾸짖었다.

“이 녀석! 아무것도 모르고 함부로 떠드는구나.

방금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재촉하는데,

태양 빛이 정면에서 눈을 찔러

문에 글자가 있는 건 보였지만, 먼지와 때에 가려 잘 안 보였던 것이다.”

손오공은 그 말을 듣고는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 뒤,

법신(法身)을 키워 몸을 2장(약 6미터) 넘게 늘렸다.

그는 손을 뻗어 문 위에 쌓인 먼지를 쓱쓱 닦고는 삼장을 불렀다.

“스승님, 이제 보이십니까?”

문 위에는 큼직하게 다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칙건보림사(敕建寶林寺)」 — ‘황제의 명으로 세운 보림사’였다.

손오공은 몸을 다시 줄이고 물었다.

“스승님, 그럼 누가 이 안에 들어가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말씀해 보시죠?”

삼장은 점잖게 말했다.

“내가 들어가겠다.

너희들은 생김새가 괴상하고 말도 거칠고,

성격도 거칠고 성미도 급해서

괜히 이 절의 승려들과 다투기라도 하면,

하룻밤 묵기는커녕 쫓겨날지도 모르지 않느냐.”

손오공은 익숙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스승님이 다녀오십시오.

우리는 입 다물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삼장은 조심스럽게 석장(錫杖)을 내려놓고,

도롱(斗篷: 두건 달린 외투, 망토)를 벗어 가지런히 정리한 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사찰의 산문(山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문 안쪽, 붉은 칠을 한 난간 양쪽 너머로

두 개의 금강상(金剛像)이 높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실로 위엄이 넘치면서도 기괴하였다.

하나는 철빛 얼굴에 강철 수염이 실물처럼 생생했고,

다른 하나는 화난 눈썹에 둥그런 눈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생기 넘쳤다.

왼쪽 금강상의 주먹은 울퉁불퉁, 마치 무쇠로 만든 것 같고,

오른쪽 금강상의 손바닥은 거칠고 도드라져 붉은 놋쇠보다도 단단해 보였다.

온몸에 걸친 황금 갑옷은 눈부시게 빛났고,

화려한 투구와 수놓은 띠는 바람에 펄럭이며 위세를 더했다.

이 절은 정말 서방불국처럼 불상을 많이 모셨고,

큰 돌 향로에서는 향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삼장은 그 불상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우리 동토(東土)에도 이처럼 훌륭한 불상을 흙으로 빚어 모시고,

정성껏 향을 피워 공양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내가 굳이 서천까지 경전을 구하러 갈 이유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감탄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이층 산문(二層山門)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사대천왕(四大天王) 상이 장엄히 세워져 있었다.

즉,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

이 네 분은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며

풍조우순(風調雨順), 즉 바람과 비의 조화를 상징하는 존재들이었다.

삼장은 다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키 큰 노송 네 그루가 서 있었는데,

각각 푸른 그늘을 우산처럼 펼치며 사찰을 감싸고 있었다.

그 순간, 삼장은 문득 고개를 들어보았다.

눈앞에는 장엄한 대웅보전(大雄寶殿)이 우뚝 서 있었다.

삼장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몸을 곧게 펴 예를 올렸다.

그리고 깊이 절하며 삼배를 올렸다.

예를 마친 뒤 그는 불단 뒤편으로 돌아가 후문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또 하나의 상이 있었다.

바로 남해에서 중생을 널리 구제하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거꾸로 앉은 자세(倒坐: 도좌)로 조성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정교한 장인의 손길로 빚어진 물고기, 새우, 게, 자라들이

머리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파도와 물결 속에서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삼장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중얼거렸다.

“참으로 놀랍구나.

비늘과 껍질을 지닌 수중 생물들조차 부처님을 받들고 있는데,

사람이 어찌 수행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장이 경내를 감탄하며 둘러보는 사이,

갑자기 산문 안쪽에서 한 도승(道人)이 걸어 나왔다.

그 도승은 삼장을 보자 깜짝 놀랐다.

삼장의 풍모는 남다르고, 인품은 고상하여

범상치 않은 인물임이 한눈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다가와 공손히 인사하며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삼장이 조용히 답했다.

“저는 동토 대당국에서 황제의 명을 받고,

서천 불국으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경전을 구하러 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 근방에 당도하였으나, 날이 저물어가는 터라

실례를 무릅쓰고 이 절에서 하룻밤 묵고자 청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도승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스님, 노여워 마십시오.

제가 이곳의 주인은 아니라서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절에서 청소하고, 종 치고, 자질구레한 일을 맡고 있는 하급 승려일 뿐입니다.

안쪽에 총괄하는 주지 스님이 계시니,

제가 먼저 들어가 사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분께서 허락하시면 곧 나와 모셔오겠습니다.

만약 허락하지 않으시면… 감히 제가 억지로 청할 수는 없습니다.”

삼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를 끼쳐 드리는군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 도승은 서둘러 방장실(方丈)로 달려가 삼장의 방문 소식을 알렸다.

“스님, 바깥에 낯선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승관(僧官: 주지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비로모(毘盧帽: 비로자나불 모양의 승려 모자)를 눌러 쓰고,

법의(袈裟)를 걸쳐 몸을 단정히 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승에게 물었다.

“어디서 온 사람이라고 했는가?”

도승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정전 뒤편에 보이는 분입니다.”

그때 삼장은 맨머리에,

스물다섯 조각으로 된 달마의(達摩衣)를 걸치고,

발에는 진흙 묻은 나막신을 신고,

후문 옆에 기대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지승은 얼굴을 붉히며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바보 같은 도승 같으니!

나는 이 절의 주지스님이다!

오직 성 안에서 귀한 손님이 향을 올리러 왔을 때만

내가 직접 나가 맞이하는 법이다.

그런데 저따위 스님 하나 데려와 놓고

나더러 마중 나가라 했다고?

저 얼굴 좀 봐라.

한눈에 봐도 진지한 수행자처럼 보이지도 않고,

분명 여기저기 떠도는 유랑승려일 게다.

하룻밤 묵으려 온 것일 테지만,

우리 방장 안을 감히 차지하게 둘 수야 없지.

앞쪽 복도(전랑: 前廊) 밑에서나 잠시 머물게 하라.

그 이상은 안 된다.

다신 이런 일로 나를 불러 세우지 마라.”

그러고는 몸을 홱 돌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삼장은 그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탄식했다.

“가엾도다, 참으로 가엾도다…

이래서 사람은 고향을 떠나면 천대받는다 하지 않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출가하여 수도에 전념해 온 사람이다.

결코 참회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고기를 입에 댄 적도 없으며,

탐욕이나 악심에 물든 적도 없다.

불경을 보며 분노한 적 없고,

번뇌로 선정을 어지럽힌 적도 없다.

부처님 법당에 벽돌을 던지지도 않았고,

아라한의 얼굴에서 금박을 벗겨낸 적도 없다.

그런데 어찌…

내가 어느 생에서 하늘과 땅을 거스르는 죄라도 지은 것일까…

왜 이 생엔 이렇게 늘 불량한 사람들만 만나는 것일까…”

그러곤 다시 도승을 향해 말했다.

“하룻밤 묵게 해 주지 않겠다 하시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굳이 그런 거칠고 모욕적인 말까지 해야 했습니까?

우리를 전랑 밑으로 내몰겠다니, 그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런 말, 우리 손오공에게는 차마 전하지 마십시오.

그놈은 불같은 성질이라,

이 소리를 들으면 바로 뛰어들어와

한 번 철봉을 휘둘러 당신들의 등뼈를 다 부러뜨릴 겁니다.”

그러자 도승은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그러네요…

속담에도 말하잖습니까, ‘사람이 예와 음악을 앞세워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

주지스님께 한 번 더 사정을 여쭈어보겠습니다.”


삼장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도승을 따라 방장실(方丈)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승관(僧官: 주지승)이 옷을 벗어둔 채,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 경전을 읽는 것도 같고,

또 무슨 법사문(法事文)을 쓰는 것도 같았지만,

책상 위엔 서류와 종잇조각들이 잔뜩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삼장은 함부로 깊이 들어가진 못하고,

마당(天井) 가장자리에 서서 몸을 굽히며 정중히 외쳤다.

“방장스님, 문안 드립니다.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탓에, 잠시 의탁하고자 인사드립니다.”

그러자 그 주지승은 귀찮다는 듯 고개만 슬쩍 들고,

건성으로 손을 들어 인사만 하고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쪽은 어디서 온 스님이오?”

삼장은 공손히 답했다.

“저는 동토 대당국에서 황제의 명을 받아

서천 불국으로 부처님을 예배하고 경전을 구하러 가는 수행자입니다.

오늘 이 절 근처에 당도했으나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게 해 주십사 청하는 바입니다.

내일 동트기 전엔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방장스님의 은혜를 입고자 하오니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그러자 그제야 주지승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몸을 조금 일으키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그 당나라 삼장법사요?”

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미천하오나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러자 주지승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서천으로 간다면서, 어째 길 하나 제대로 못 찾소?”

삼장은 당황하며 말했다.

“이 절 근처로는 처음 지나게 되어 길을 몰랐을 뿐입니다.”

주지승은 말을 끊고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 서쪽으로 겨우 네다섯 리만 가면

‘삼십리점(三十里店)’이라는 주막이 하나 있소.

거기엔 밥도 파는 집이 있고, 묵기도 편하니 그리 가시오.

우리 절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외지인을 받기 어렵소.”

삼장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정중히 말했다.

“방장스님, 옛말에 이르길,

‘암자와 절은 모두 우리 수행자들의 여정 중 정거장이요,

산문만 보이면 세 되의 쌀쯤은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저희를 거절하시는지… 이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자 주지승은 얼굴빛을 바꾸며 성을 내듯 외쳤다.

“당신 같은 떠돌이 스님들은

참말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습성이 있다니까!”

삼장은 놀라 물었다.

“제가 무슨 번지르르한 말을 했다는 겁니까?”

주지승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속담에도 있잖소.

‘호랑이가 성 안에 들어오면 집집마다 문을 닫는다.

물지 않고 다치지 않아도, 평판은 일찌감치 망가지지.’”

삼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말이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주지승은 투덜거리듯 설명했다.

“예전에 우리 절에 몇몇 떠돌이 행각승들이 들른 적이 있었소.

산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길래,

나도 그 모습이 딱해서 안으로 들이고,

낡은 옷을 하나씩 나눠주고, 식사도 대접하고,

며칠 묵으라 했지요.

그런데 그 자들이,

옷 얻고 밥 얻은 데에 만족하며 나갈 생각은 안 하고,

그대로 버티며 일곱 해, 여덟 해를 눌러앉았소.

게다가 하는 짓이란 게… 참말로 기가 막혔지.”

삼장이 물었다.

“무슨 짓을 했다는 말입니까?”

주지승은 손을 휘저으며 나열했다.

“심심하면 담벼락에 벽돌 던지고,

심심하면 못을 빼고,

춥다고 불 쬐다가 창살을 부러뜨리고,

덥다고 대문 열어젖히고 통로를 막고,

깃발천은 발 감는 끈으로 쓰고,

향은 훔쳐 무로 바꿔치기하고,

기름병은 유리병 삼아 가져가고,

그릇과 솥은 빼앗아 도박판에 내놓더군!”


삼장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참으로 가련한 일이다.

설마… 내 제자가 그런 근본 없는 스님이라도 된단 말인가?’

울고 싶었지만, 절 안의 주지승에게 비웃음 살까 두려워,

애써 울음을 삼키고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쳤다.

억울함을 꾹 참으며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바깥에서 기다리던 세 제자와 마주쳤다.

손오공은 삼장의 얼굴에 화가 서려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

“스승님, 설마 절 안에서 승려가 때리기라도 했습니까?”

삼장이 고개를 저었다.

“때리진 않았다.”

그러자 저팔계가 말했다.

“그럼 틀림없이 맞긴 맞은 거죠.

아니면 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까?”

손오공도 물었다.

“혹시 욕이라도 들은 겁니까?”

삼장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아니란다.”

손오공은 갸웃하며 말했다.

“때린 것도 아니고, 욕한 것도 아니라면서

왜 그렇게 속상해 보이십니까?

혹시… 고향 생각이 나신 겁니까?”

삼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얘들아… 이 절에서는 묵기가 어렵겠구나.

방장스님이 하룻밤 묵게 해주기 어렵다고 하셨다.”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 절이 도교 사당이라도 된답니까?””

삼장이 다소 화를 내며 말했다.

“도사는 도관(道觀)에 있는 것이지,

이곳은 엄연히 절이니 당연히 스님들이 있는 곳이지 않느냐.”

손오공은 웃으며 말했다.

“스님이면서도 우리를 안 받아준다니, 참 이상하네요.

속담에 이르길, ‘불법 아래 모인 이는 다 인연 있는 사람’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같은 승려끼리 왜 이리 무정하게 구는 건지…”

그러곤 다시 말했다.

“스승님, 잠시 쉬고 계십시오.

이번엔 제가 직접 들어가 보겠습니다.”


손오공은 머리 위 금고(金箍)를 한번 눌러 고정하고,

허리춤의 옷자락을 단단히 여미더니,

손에 여의봉(鐵棒)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대웅보전(大雄寶殿)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는 법당 안에 놓인 세 존불(三尊佛像)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이놈들아, 듣거라!

겉모습만 그럴싸한 흙으로 빚고 금칠만 해놓은 가짜 불상들이지,

진짜 감응력이라도 있겠느냐?

내가 누구냐!

이 손오공,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진짜 경전을 구하러 가는 자다.

오늘 이 절에 묵고자 찾아왔건만,

이곳 중들이 우릴 사람취급도 안 한다는 말이냐?

좋다, 그렇다면—

당장 이름을 밝히고, 정체를 내놓아라!

만약 우리 일행을 이 절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면,

내 이 철봉으로

너희 그 금빛 몸뚱이를 산산조각 내어 흙더미로 되돌려주마!”


그렇게 손오공은 대웅전 앞에서 여의봉을 휘두르며 성을 내고,

마치 곤장치듯 위협적인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마침 그때, 한 도승(道人)이 저녁 향을 올리려

몇 가닥의 향을 들고 나와 불상 앞 향로에 꽂으려는 순간,

손오공이 “이놈!”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자,

도승은 그 자리에서 털썩 넘어졌다.

겨우 몸을 일으켜 손오공의 얼굴을 확인하자,

놀라서 또 한 번 나자빠졌다.

기겁한 도승은 엉금엉금 도망쳐 방장실로 달려가 허둥지둥 보고했다.

“방장스님, 큰일 났습니다!

바깥에… 이상한 스님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주지승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런! 너희 도승들은 죄다 정신이 없구나!

분명히 ‘전랑 밑에나 앉히라’고 말했거늘,

또 무슨 헛소리로 날 귀찮게 하느냐!

이따위 일로 또 소란 피우면 곤장 스무 대를 맞을 줄 알아라.”

도승은 다급히 말했다.

“아닙니다, 방장스님!

이번 스님은 아까 그 사람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모습부터가… 아주 사납고 흉악하게 생겼습니다.

도저히 범상한 스님이 아닙니다!”

주지승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떻게 생겼단 말이냐?”

도승이 설명했다.

“눈은 둥글고 번뜩이고,

귀는 뾰족하게 들렸으며,

얼굴엔 온통 털이 가득하고,

입은 벼락 맞은 듯 툭 튀어나왔습니다.

손에는 큼지막한 몽둥이를 들고,

이를 드러내며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기에도 당장 사람을 후려칠 기세였습니다!”

주지승은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그런 놈이 들어왔다고?

좋다, 내가 직접 나가서 보겠다.”


주지승이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그 사이 손오공이 이미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란, 참으로 괴상하게 생겼다.

이마는 울퉁불퉁하고 얼굴은 비뚤비뚤,

두 눈은 누렇고 번득이며,

이마엔 혹이 튀어나오고,

송곳니는 입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꼭 게처럼 속은 살이고, 겉은 뼈로 둘러싸인 것처럼,

괴기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를 본 주지승은 겁에 질려

황급히 방장실 문을 꽉 닫아버렸다.

하지만 손오공은 바로 뒤따라 문짝을 쾅— 부수고 들어가며 외쳤다.

“어서 방을 천 칸을 청소해두거라!

오늘 밤, 내가 실컷 자고 갈 테니 말이다—!!”

주지승은 방 안에서 떨면서 도승에게 말했다.

“이 녀석… 생긴 것부터 흉측하더니,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 가관이구나.

절 전체에 있는 방장실이랑 법당, 종루·북루, 양쪽 행랑까지 몽땅 셈쳐도 겨우 300칸 남짓인데…

감히 천 칸을 내달라니,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도승은 기가 죽은 얼굴로 말했다.

“스님… 저도 간담이 다 서늘해졌습니다.

어떻게든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저는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 하겠습니다.”

주지승은 온몸을 떨며 다시 문틈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까 그 당나라 스님 말입니다!

저희 절은 시골의 작은 절이라,

하룻밤 묵이기에는 여건이 열악합니다.

부디 다른 곳으로 가 주십시오!”


손오공은 여의봉을 거대한 기둥만큼 두껍게 늘려서

천장 한가운데에 쭉— 세워 놓았다.

그러고는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이봐, 스님!

여기가 그렇게 불편하다면,

당신들이나 이 절에서 짐 싸서 나가시오!”

주지승은 버럭 소리쳤다.

“이 절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곳이오!

우리 스승의 스승에게서 이어받고,

그 스승이 다시 우리에게 물려주었소.

우린 여기서 대대로 자식처럼 지켜오고 있는 절이오.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자가

감히 우리보고 나가라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요?”

그러자 도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장스님… 상황이 좀 난처하긴 합니다.

지금 그놈이 몽둥이를 저렇게 들이민 걸 보면,

차라리 우리가 짐 싸서 나가는 게 낫겠습니다.

이러다 맞기라도 하면 끝장입니다.”

주지승은 발끈했다.

“무슨 헛소리냐!

우리 절에 스님만 해도 넉넉잡아 사오백 명이나 되는데,

모두 다 어디로 나가란 말이냐?

나가고 싶어도 갈 데가 있어야 나가지!”

그 말을 들은 손오공은 웃으며 외쳤다.

“갈 데가 없다면,

그럼 한 놈 나와서 내 몽둥이맛이나 봐라—!

시범 한번 보여줄 테니 말이다.”

주지승은 안절부절못하며 도승에게 명령했다.

“너는 나가서 저놈이 말하는 그 시범 몽둥이 한번 받아 봐라.”

그러자 도승은 기겁하며 소리쳤다.

“으아아, 스님 제발요!

저 놈의 몽둥이는 나무토막이 아니라

통나무만큼이나 크고 무서운 겁니다!

그걸 맞으라니요?”

주지승은 다그쳤다.

“‘군대를 천일 키운 건, 단 하루를 위해서라’ 하지 않았느냐!

지금이 바로 그때다, 어서 나가라!”

그러자 도승은 겁에 질려 중얼거렸다.

“그 몽둥이는… 때리는 건 둘째치고,

그냥 넘어지기만 해도 사람이 반죽이 돼버릴 판인데요…”

주지승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밤중에 누가 실수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나겠구나!”

도승은 기가 막혀 되받았다.

“스님, 그렇게 위험하단 걸 아시면서

왜 저한테 나가보라고 하십니까?”

그렇게 그들끼리도 속에서 티격태격, 소동이 벌어졌다.


손오공은 그들의 다급한 소리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놈들이 이 모양이라면 정말 한 방 때려서 죽기라도 하면,

스승님께서 ‘무고한 생명을 해쳤다’고 또 꾸짖으시겠지.

좋아, 그럼 내가 직접 너희에게 시범 하나 보여주지.”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둘러보다가,

방장실 문 밖에 세워진 돌사자 하나를 발견했다.

손오공은 여의봉을 번쩍 들어 퍽!—

그대로 돌사자에게 한 방을 내리쳤다.

그러자 돌사자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먼지로 흩어졌다.

이 광경을 창문 틈 사이로 지켜본 주지승은

온몸이 풀리고 뼈가 흐물흐물, 정신이 아득해져,

그대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숨었고,

도승은 기겁하여 부엌 아궁이 속으로 쏙— 기어들어가며

입으로는 연신 외쳤다.

“으아아! 도와주세요! 몽둥이 너무 무서워요!

감당이 안 돼요! 부디… 부디 한번만 봐주세요!”

손오공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너희를 치려는 게 아니다.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그래.”

“이 절 안에 있는 승려는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거냐?”

주지승은 덜덜 떨며 대답했다.

“앞뒤 방이 모두 285칸이고,

도첩(度牒, 승려 등록증)을 받은 정식 승려가 500명입니다…”

손오공은 단호히 외쳤다.

“좋다!

그렇다면 그 500명의 승려들을 전부 단정하게 차려입혀,

줄을 맞춰 나와서 내 스승님을 직접 모셔오게 해라!

그래야 내가 너희를 가만 놔두지.”

주지승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살려만 주신다면,

저희가 스승님을 들것에 태워서라도 모셔오겠습니다!”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서둘러 가서 준비해라.”

주지승은 도승에게 명령했다.

“어서 가라!

간이 터진 게 아니라, 심장까지 다 터져 나올 지경이다!

당장 사람들 불러 모아, 당장 당나라 스님을 모셔오게 하라!”


도승은 어쩔 수 없었다.

목숨을 걸 각오까지 하면서도 정문은 차마 열 수 없어,

뒤쪽의 개구멍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그리고 정전(正殿)으로 달려가

동쪽에서는 북을 치고, 서쪽에서는 종을 울렸다.

종과 북이 동시에 울려 퍼지자,

양쪽 행랑에 있던 크고 작은 승려들이 놀라 달려 나왔다.

“이 시간에 무슨 종이요, 무슨 북이요?”

“법회라도 열립니까?”

그러자 도승이 외쳤다.

“어서 옷 갈아입고,

방장스님 지시에 따라 줄을 맞춰 산문 밖으로 나가십시오!

지금 당나라에서 귀한 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그제야 절 안의 스님들이 허둥지둥 복장을 갖추고 줄을 맞췄다.

어떤 이는 가사(袈裟)를 걸쳤고,

어떤 이는 편삼(偏衫: 반소매 승복)을 입었고,

어떤 이는 그저 목욕할 때 입는 속옷 같은 단벌 승복을 입었다.

심지어 너무 가난하여 제대로 된 옷조차 없는 이들은

허리치마 두 장을 이은 옷을 어깨에 걸쳐 긴옷 흉내를 내기도 했다.

손오공은 그 꼴을 보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거기 스님!

그게 무슨 꼴이야? 무슨 옷을 입은 거냐?”

그러자 그 스님은 손오공의 험상궂은 얼굴을 보고 기겁하며 다급히 말했다.

“아이고… 제발 화내지 마십시오!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건 저희가 시내에서 얻은 헌 천 조각들을 꿰맨 겁니다.

이 근방엔 재봉사도 없어서요… 직접 꿰매 만든 겁니다.

이 옷 이름이 바로 일과궁(一裹窮: 입는 가난)입니다.”


손오공은 스님이 한 말을 듣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그 많은 스님들을 산문 밖까지 데리고 나가 무릎을 꿇게 했다.

그 자리에서 주지승(僧官: 승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크게 외쳤다.

“당나라 스님이시여, 부디 방장실에 드시어 편히 쉬시옵소서—!”

이 모습을 본 저팔계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은 도무지 쓸모가 없어요.

들어갈 때는 눈물 찔끔, 입은 기름병처럼 쭉 늘어져 있었더니만…

형님은 어떻게 저렇게 재치 있게 해서

이 많은 스님들을 머리 조아리게 만들지 않습니까?”

그러자 삼장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이 멍청한 녀석아, 저녀석은 예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속담에 이르잖느냐—

‘귀신도 악한 자는 무서워한다’고.”

삼장은 그들이 이토록 정중히 절하며 맞아주는 모습에

도리어 민망해져서 앞으로 나가 말했다.

“모두들 어서 일어나십시오.”

하지만 스님들은 고개를 조아린 채 말하였다.

“노스님, 부디 제발…

스님의 제자에게 ‘편히 해달라’고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몽둥이만 안 들면, 저희야 한 달 내내 무릎 꿇는 것도 마다 않겠습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이제 그만 좀 해라. 그들을 때리지 말거라.”

손오공은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에이, 아직 때린 적도 없습니다.

진짜 때렸다면, 지금쯤은 뿌리부터 부러졌을걸요!”

그제야 스님들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말을 끄는 이는 말고삐를 잡고,

짐을 지는 이는 짐을 지고,

누군가는 삼장을 업고,

팔계는 등에 실어 나르고,

사오정은 팔짱을 끼고 끌려가듯 따라가며—

일행은 산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마침내 방장실 뒷편 자리로 이동하여,

삼장은 자리에 앉고 나머지 제자들도 자리를 잡았다.


일행이 방장실에 자리를 잡자,

절 안의 스님들은 또 한 번 고개를 조아리며 절을 올렸다.

그러자 삼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원주스님, 이제 그만 일어나십시오.

더는 이런 과한 예를 갖추지 마십시오.

이런 예는 오히려 가난한 중을 욕되게 할 뿐입니다.

승관(僧官: 주지승)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노스님께서는 상국(上國: 당나라)에서 황제의 특명을 받고 오신 분인데,

저희처럼 이런 외진 산중 절에서 빈약하게 맞이한 것, 참으로 송구할 따름입니다.

이런 외딴 곳에 살다 보니, 속된 눈으로 귀한 분을 알아보지 못해 실례를 범했습니다.

노스님께 여쭙겠습니다.

이 먼 길을 오시는 동안, 식사는 채식이십니까? 아니면 육식을 하십니까?

저희가 준비를 해야 해서요.”

삼장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채식을 합니다.”

그러자 방장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곁에 있던 제자에게 귀띔했다.

“이 손님은 채식이라 하시니,

그 무서운은 분명 기름진 육식 좋아하실 텐데 말이다.”

손오공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채식이지!

게다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채식한 몸들이라네.”

스님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에이구… 이렇게 험상궂게 생긴 분들도 채식을 하신단 말입니까?”

그러자 한 스님,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자가 다가와 삼장에게 물었다.

“노스님께서 채식을 하신다 하셨으니,

쌀은 얼마나 쥐어야 밥을 지어드릴 수 있을까요?”

그러자 저팔계가 고개를 젖히며 코웃음치듯 말했다.

“야, 이 궁색한 중놈아, 그걸 뭐하러 따지느냐?

한 끼 먹으려면 쌀 한 석(중국 기준 약 80Kg, 우리나라 기준 144Kg)쯤 지어야 제대로 한 끼 되지 않겠느냐.”

그 말을 들은 스님들은 모두 깜짝 놀라

부랴부랴 솥을 씻고, 부엌을 정리하고, 절 전체에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등불을 높이 밝히고,

상과 의자도 정갈히 정돈하여

삼장법사 일행을 극진히 대접하기 시작했다.


삼장과 제자들은 모두 저녁 공양(晩齋: 만재)을 마쳤고,

절 안의 스님들은 부엌 살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삼장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원주스님, 오늘 이처럼 귀한 산사에 소란을 끼쳐 송구합니다.”

주지승(僧官: 승관)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공손히 답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소홀했습니다.”

삼장이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저희들이 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도 되겠습니까?”

주지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스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던 도승들에게 외쳤다.

“거기 심부름꾼 몇 있지 않느냐?”

도승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방장스님. 있습니다.”

그러자 주지승은 다시 일러주었다.

“그럼 두 사람은 말에게 줄 풀과 물을 챙겨 먹이게 하고,

또 몇 사람은 앞쪽에 있는 선당(禪堂) 세 칸을 말끔히 쓸고,

이부자리와 침구도 제대로 갖추어라.

어서 장로님께서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준비해드려야 한다!”


지시를 받은 도승들은 각자 맡은 일을 정돈하고 준비를 마친 뒤

삼장을 모시러 다시 찾아왔다.

삼장 일행은 말을 끌고, 짐을 지고, 방장실을 나서

선당(禪堂) 앞까지 이동했다.

그곳을 들여다보니, 방 안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고,

양쪽 끝에는 등나무로 만든 침상 네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손오공은 그 모습을 보고

말에게 먹일 풀과 건초를 준비한 도승들을 불러 짐을 안쪽에 내려놓게 했다.

그리고 백마를 안쪽에 매어두고, 두인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일렀다.

삼장은 방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방 양쪽에는 다섯 줄로 나란히 서 있는 스님들이 무려 500명,

모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삼장의 잠자리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삼장은 난처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여러 분, 이제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저는 이제 편히 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주지승(僧官: 승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로님께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모신 뒤에 물러나거라.”

삼장은 다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모두 물러가 주십시오.”

그제야 스님들이 안심하고 서서히 자리를 떠났다.


그날 밤, 삼장은 잠시 볼일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밝은 보름달이 한가득 걸려 있었다.

삼장은 혼잣말처럼 부드럽게 불렀다.

“제자들아.”

이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란히 나와 스승 곁에 섰다.

달빛은 맑고 투명하며, 옥 같은 하늘은 깊고 고요했다.

한가운데 높이 떠 있는 둥근 달은 마치 보석 거울 같았고,

온 대지는 그 달빛 아래 또렷하게 드러났다.

삼장은 달빛을 바라보며 고향을 떠올렸고,

그 감정을 담아 한 편의 고풍스러운 장시(長詩)를 읊었다.

맑은 달이 하늘 높이 보배 거울처럼 걸려 있고,

산천의 그림자도 출렁이며 완연하구나.

옥루(玉樓)와 누각마다 달빛 가득하고,

은빛 쟁반 같은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지금 이 순간, 온 세상 어디서든 같은 달빛이니,

일 년 중 오늘 밤이 가장 밝고 맑다.

그 모습은 바다에서 솟은 서릿덩이 같고,

푸른 하늘에 걸린 얼음수레바퀴 같다.

외진 여관 찬 창가에 외로운 나그네는 시름에 젖고,

산촌의 허름한 객점에 늙은 이들은 잠이 드누나.

한나라 궁원(宮苑)에 들어선 듯,

백발이 된 줄도 몰랐고,

진(秦)의 누각에 도착한 듯,

저녁 장식마저 서둘러야 할 지경이라.

진(晉)나라 유량(庾亮)의 시는 역사에 남았고,

원홍(袁宏)은 강 위에서 밤새 시를 읊었지.

잔 위에 비친 달빛은 차갑고 힘이 없지만,

마당에 비추는 빛은 신령스럽기까지 하구나.

창마다 흰 눈 같은 시를 읊고,

집집마다 얼음현금 같은 소리를 울리네.

오늘 밤, 산사에서 고요히 달빛을 감상하니,

이런 밤을 언제쯤 고향에서 다시 맞이할 수 있으려나…


삼장이 달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에 젖어 시를 읊자,

곁에서 듣고 있던 손오공이 다가와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그저 달빛의 맑고 환한 모습에 고향을 그리워하시지만,

달빛이 지닌 이치를 아십니까?

사실 이 달이라는 것은 선천(先天: 태초의 자연)의 법칙과 수련의 규범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달이 음력을 따라 그 모양을 바꾸는 것도,

하늘의 법도를 상징하는 이치에 따른 것입니다.

초하루 즈음, 즉 그믐달에는

양(陽)의 기운인 ‘금(金)의 혼’이 모두 흩어지고

음(陰)의 기운인 ‘수(水)의 백’이 가득 차

달이 온통 어둡고 빛을 잃지요.

이것을 ‘회(晦)’라 합니다.

이 시점에서 달은 해와 마주하며

양의 기운을 받아 잉태하게 됩니다.

초삼일에는 한 줄기 양기가 드러나고,

초팔일이 되면 두 줄기 양기가 돋아납니다.

이때는 음이 양을 절반 품은 상태로

달의 모양이 반달이 되니 ‘상현(上弦)’이라 하지요.

지금 같은 보름날, 삼양이 모두 완성되어 둥근 달이 되고,

그래서 이를 ‘망(望)’이라 부릅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 음이 생겨나

열여섯 날엔 첫 음기가,

스물이틀엔 두 번째 음기가 나타납니다.

이 시기엔 양이 음을 절반 품은 상태가 되므로,

또다시 반달이 되니, 이를 ‘하현(下弦)’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다시 그믐이 되면,

삼음(三陰)이 모두 갖춰져 달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며 ‘회(晦)’가 되지요.

이것이 바로 ‘선천 채련(採煉: 기운을 모아 단련함)’의 이치입니다.

우리가 만일 몸 안의 이팔(二八: 음양의 조화) 기운을 따뜻하게 단련하여

구구(九九: 완전한 수련) 완성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부처를 뵙는 것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더없이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손오공도 즉흥적으로 시 한 수를 덧붙였다.

상현 지나고 하현 오기 전,

약기운 고르고 기운도 완전하네.

그 기운을 화로에 넣어 잘 단련하면,

뜻을 다해 공을 이루니 서천이 눈앞이라네.


삼장은 손오공의 설명을 듣고는

문득 마음이 열리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도의 진리를 환히 꿰뚫고, 마음 깊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손오공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 모습을 보던 사오정이 웃으며 옆에서 말했다.

“사형의 말씀이야 물론 옳습니다.

달의 ‘상현’은 양의 기운, ‘하현’은 음의 기운이라 하시고,

음 속에 양이 절반 들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수 중의 금(水中之金)이라 하셨죠.

하지만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이치도 있답니다.

그리고는 사오정이 시 한 수를 덧붙였다.

수기(水氣)와 화기(火氣)는 서로 어울려야 제 빛을 발하고,

그 균형을 잡아주는 건 흙의 기운,

즉 토모(土母: 어머니 같은 토기운)이랍니다.

세 가지 기운이 조화롭게 만날 때,

그 안엔 다툼도 없고, 충돌도 없지요.

물은 긴 강물 따라 흐르고,

달은 여전히 하늘 위에 뜨는 것처럼요.


삼장법사는 사오정의 말까지 듣고 나서,

더욱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마치 가슴속의 막힌 문이 활짝 열리듯,

마음이 트이고 의식이 맑아졌다.

이는 바로 다음과 같은 이치였다.

“이치 하나를 통달하면, 만 가지 이치가 저절로 통하게 되고,

무생(無生)의 진리를 깨우치면, 곧바로 도에 이른 선인(仙人)이 된다.”


그때 저팔계가 다가와 삼장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기며 말했다.

“스승님,

그만 하시죠.

형님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말들,

듣다 보면 밤새고 잠도 다 잊어버리겠습니다요.”

그리고는 스스로 시 한 수를 읊조렸다.

달은 기운다고 해도 금세 다시 차오르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모자란 놈이지요.

밥 좀 먹는다 하면 배가 크다 뭐라 하고,

밥그릇을 들면 침 흘린다 구박받고…

형님들은 영리하고 복도 많다지만,

나는 어리석고 미련한 성정으로 겨우 인연이나 쌓는 처지랍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스승님은 여전히 삼도업(三塗業, 지옥·아귀·축생의 고통)의 길을 걷고 계시지만

나는 이렇게 멍청해도, 훗날에 꼬리 흔들고 머리를 내저으며 하늘로 올라갈 겁니다요.”


삼장이 말했다.

“그래, 제자들아.

오늘 길도 멀었고 고생도 많았으니 먼저 가서 쉬거라.

나는 이만 경전 하나를 꺼내 읽어야겠다.”

그러자 손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그건 좀 이상하군요.

스승님께서는 어려서부터 출가하여

평생 경문을 외며 살아오셨지 않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당태종의 명을 받아

서천으로 부처님을 찾아 대승 진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잖아요.

그런데 아직 경도 못 얻고, 부처님도 뵙지 못했는데,

대체 무슨 경을 독경하시겠다는 겁니까?”

삼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장안(長安)을 떠난 이래

날마다 걷고, 매일같이 바삐 움직이다 보니

어릴 때 익혔던 경문들이 혹시나 희미해졌을까 염려되어 그렇다.

마침 오늘은 한가하니, 잠시 되새겨보려는 것이다.”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희는 먼저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그리하여 세 제자는 각자 등나무 침상에 누워 잠들었고,

삼장은 선당 문을 닫고,

은등잔의 불빛을 높이 밝힌 뒤,

경전을 펼쳐 조용히 독경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풍경은 마치 이러했다:

누각 위 북소리 울리고 사람들 발길 끊기니 고요해지고,

강가 어귀의 고깃배에서는 불빛마저 사그라질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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