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西遊記 제 30장 요괴의 침범과 팔계의 손행자 방문

서유기 西遊記 Journey to the West 30

“이 글은 국내외 어떤 번역본도 참고하지 않았으며, 오직 원본을 바탕으로 직접 번역 및 번안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번역 및 번안본의 모든 저작권은 Redstonewisdom.com에 있습니다.

최대한 원문의 내용을 보전하되 상상력을 보태어 번안하였습니다.


제 30장

사악한 요괴가 정의를 침범하고,

팔계는 손행자를 떠올리다.


요괴는 사승(沙僧)을 포박해 두었으나, 죽이지도 않았고, 때리거나 욕하지도 않았다.

단지 강철 칼을 손에 쥐고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였다.

“당승(唐僧)은 대국의 사람으로 예의와 도리를 아는 자일 것이다.

내가 그의 목숨을 살려 주었는데, 그의 제자들이 나를 잡으러 올 리 없지 않은가?

흠, 이건 틀림없이 내 처가 어떤 서신을 그 나라로 보내 이 일을 알린 것이 분명하다.

내가 가서 물어봐야겠다.”

그리하여 요괴는 갑작스레 분노를 터뜨리며 공주를 죽이려 했다.


공주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머리를 다듬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치장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겨 요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요괴는 눈에 살기를 담고 눈썹을 찌푸린 채 이를 갈며 있었다.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낭군께서 무슨 일로 이렇게 화를 내고 계신가요?”

그러자 요괴는 매섭게 그녀를 꾸짖었다.

“이 천한 마음을 가진 계집아!

너는 사람의 도리를 조금도 모르는구나.

내가 너를 이곳으로 데려온 뒤 단 한 번이라도 너를 홀대한 적이 있더냐?

네가 입는 비단옷과 쓰는 황금 장식이 부족하다 하면 내가 곧바로 구해 왔고,

사계절 내내 너를 위해 애정을 다했거늘!

그런데 너는 네 부모만 생각하고 남편에 대한 정은 조금도 없구나!”

공주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땅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낭군이시여, 어찌하여 오늘따라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요괴는 비웃듯 말했다.

“누가 이별을 원하는가?

네가 이별을 원하는 게 아니더냐!

내가 당승을 붙잡아 두고 그를 내 뜻대로 하려 했거늘,

네가 나 몰래 무슨 책략을 쓴 게 아니고서야 어찌 그를 놓아주었겠느냐?

분명 네가 몰래 편지를 써서 그에게 전해 주고, 그가 대신 전달한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어떻게 저 두 명의 중이 다시 내 문 앞까지 쳐들어오고 네가 돌아갈 것을 요청하겠느냐?

이 모든 것이 네가 꾸민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공주는 황급히 말했다.

“낭군이시여, 저를 오해하셨습니다.

제가 어찌 그런 편지를 쓰겠습니까?”

그러나 요괴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외쳤다.

“아직도 거짓말을 하느냐!

지금 당승의 둘째 제자, 사승을 여기 붙잡고 있는데, 그가 증거가 아니란 말이냐?”

공주는 재차 물었다.

“그가 누구란 말입니까?”

요괴는 말했다.

“바로 당승의 두 번째 제자인 사승이다!”

사람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 어찌 쉬이 죽음을 인정하겠는가.

공주는 울며 애원했다.

“낭군이시여, 우선 진정을 하시고, 제가 당신과 함께 가서 그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만일 정말로 편지가 있다면 저도 기꺼이 죽음을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편지가 없다면, 무고한 저를 죽이는 것이 옳겠습니까?”


요괴는 공주의 말을 듣자마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손을 뻗어 공주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금가지와 옥잎 같은 그녀를 끌어당겨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강철 칼을 들고 사승(沙僧)에게 다가가 고함을 질렀다.

“사승, 너희 둘이 감히 내 문을 쳐들어오다니!

이 여자가 정말로 편지를 써서 그 나라로 보냈고, 그 국왕이 너희를 보낸 것이냐?”

이미 묶인 채로 있는 사승은 요괴가 얼마나 흉포한지 잘 알았다.

그가 공주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칼을 들고 그녀를 죽이려 하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공주가 편지를 써서 스승님을 구하셨으니, 이는 큰 은혜다.

내가 만약 사실을 말하면 이 요괴가 공주를 죽이고 말 것이다.

그럼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되고 말겠지.

어차피 나는 오늘 여기서 목숨을 잃을 판이니, 차라리 이 생명으로 스승님께 은혜를 갚자.’

오정은 단호히 외쳤다.

“요괴야, 그런 터무니없는 말로 공주님을 모함하지 마라!

우리 스승님이 공주님을 찾으러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네가 스승님을 이 동굴에 가둬두었을 때, 스승님은 이미 공주님의 모습을 보셨다.

그 후 우리가 보상국(寶象國)에 도착했을 때, 국왕께서 공주님의 초상화를 보여주시며 스승님께 물으셨다.

‘이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말이다.

그래서 스승님께서 공주님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이다.”

국왕께서는 공주가 자신의 딸임을 알아차리시고 우리에게 황제의 술을 하사하시며,

공주를 돌려받아 궁으로 데려오라고 명령하셨다.

이것이 전부 사실이며 무슨 편지 같은 것은 없다.

나를 죽이더라도 공주를 함부로 해치지 마라.

이는 하늘의 이치를 크게 어기는 일이다!”


요괴는 사승이 당당하게 진술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결국 칼을 내려놓고 공주를 두 손으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내가 성급하고 거칠게 굴어 실례를 범했소.

너무 기분 상해하지 마시오.”

요괴는 공주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올리고 보물을 꽂은 머리를 정리하며 부드럽고 다정한 태도로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그는 공주를 상석에 앉히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공주는 그의 태도가 달라지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낭군이여, 만약 부부의 정을 생각하신다면 저 사승의 밧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시면 어떨까요?”

요괴는 이 말을 듣고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사승의 밧줄을 풀어주되, 쇠사슬로 그를 묶어라.”

밧줄이 풀리고 쇠사슬로 묶인 사승은 몸을 일으키며 속으로 기뻐했다.

‘옛말에 이르길, “남에게 편의를 베풀면 자신도 편해진다.”라더니,

내가 그에게 편의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가 나를 이리 풀어줄 리가 없었을 테지!’


요괴는 술자리가 무르익자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허리에 보검을 차며 공주에게 다가가 말했다.

“부인, 여기서 술을 마시며 두 아이를 잘 돌보시오.

그리고 사승(沙僧)은 꼭 감시하도록 하시오.

당승(唐僧)이 아직 그 나라에 있을 때 내가 서둘러 가서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오겠소.”

공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갑자기 아버지를 왜 뵙겠다는 말씀이세요?”

요괴는 당당히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소.

내가 그분의 사위 아니오?

장인어른을 뵙는 건 사위로서 마땅한 도리 아니겠소?”

공주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안 됩니다, 정말 곤란한 일이에요.”

요괴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안 된다는 거요?”

공주는 차분히 설명했다.

“우리 아버지는 무력으로 나라를 차지하신 분이 아니에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나라를 다스리고 계시죠.

어린 시절부터 태자로 즉위하셨고, 성문 밖을 나서신 적도 거의 없는 분이에요.

그런데 낭군 같은 험상궂은 외모를 보시면… 아마 크게 놀라실 겁니다.

일이 잘못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가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

요괴는 그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생긴 모습으로 변신하면 되는 것 아니겠소?”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한 번 변신해 보세요. 제가 확인해볼게요.”


요괴는 몸을 한 번 흔들더니, 순식간에 멋진 청년으로 변신했다.

그의 변신 후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빼어났다.

그의 외모는 품위와 우아함을 겸비했고, 체격은 당당하고 늠름했다.

말투는 마치 관직에 있는 사람처럼 세련되었고, 걸음걸이와 태도는 젊음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의 재능은 마치 삼국시대의 시인 조자건(曹子建)이 시를 짓는 듯 뛰어났고,

외모는 미남으로 유명한 반안(潘安)이 과일을 받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머리에는 까치 꼬리가 달린 관을 쓰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단정히 눌려 있었다.

몸에는 옥빛 비단옷을 입고 넓은 소매가 바람에 나부꼈다.

발에는 꽃무늬가 새겨진 검은 신발을 신고 있었으며, 허리에는 반짝이는 난새 장식의 띠를 맸다.

그의 풍모는 가히 이상적이고, 그야말로 늠름하고 우아한 젊은이가 눈앞에 서 있는 듯했다.

(각주:

조자건(曹子建, 192~232)은 삼국시대 위나라의 황족 출신 시인으로, 본명은 조식(曹植)입니다.

조조(曹操)의 아들이자 조비(曹丕)의 동생으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시문과 운문에서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하였으며, 그가 남긴 작품들은 중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반안(潘安, 247~300)은 서진(西晉) 시대의 관료이자 문인으로, 본명은 반염(潘岳)입니다.

그는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미남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가 길을 걸을 때 여성들이 그를 보고 과일을 던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는 일화에서 “과일을 받는 미남”이라는 표현이 유래되었습니다.


공주는 요괴의 변신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인 듯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멋지게 변하셨네요! 이대로라면 아버지께서 의심하지 않으실 거예요.

분명 문무백관들과 함께 당신을 붙들어 술자리를 열어 환영하실 겁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제발 조심하세요. 절대로 원래 모습을 드러내거나 실수로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런 일이 생기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겁니다.”

요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시오.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염려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요괴는 변신한 모습 그대로 구름을 타고 금세 보상국(寶象國)에 도착했다.

구름을 내려놓고 성문 앞까지 걸어가서 문지기에게 말했다.

“삼부마(三駙馬=셋째 사위)가 특별히 폐하를 뵈러 왔소. 이 사실을 전해 주시오.”

황문에서 전하는 관리가 곧바로 백옥 계단 아래로 올라가 보고했다.

“폐하, 삼부마가 폐하를 뵙고자 성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 국왕은 당승(唐僧)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

삼부마라는 말을 듣고 국왕은 놀라며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게는 부마가 두 명뿐인데, 삼부마라니 어찌 된 일인가?”

신하들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삼부마는 틀림없이 요괴일 것입니다.”

국왕은 고민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그를 들여보내도 되겠는가?”

삼장은 놀란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요괴는 요괴답게 신통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와 미래를 꿰뚫고 하늘을 날 수도 있습니다.

들이지 않더라도 결국 들어올 것입니다.

차라리 들여보내는 것이 폐하의 위엄을 유지하는 데 나을 것입니다.”


요괴는 황금 계단 위로 올라가 예의를 갖춰 절을 올리며 큰 소리로 만세를 외쳤다.

그의 잘생기고 당당한 모습에 신하들은 감히 그를 요괴라 의심하지 못했다.

신하들은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오히려 그를 훌륭한 인물로 보았다.

국왕은 그의 늠름한 풍모에 감탄하며 물었다.

“부마여, 너는 어디에 사느냐?

어느 지방 출신인가?

언제 우리 공주와 혼례를 올렸는데, 오늘에서야 친족 관계를 밝히러 온 것이냐?”

요괴는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히 대답했다.

“폐하, 소신은 성동(城東) 완자산(碗子山) 파월동(波月洞)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국왕이 물었다.

“그 산은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

요괴는 차분히 대답했다.

“멀지 않습니다. 약 300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국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300리 거리라니, 공주는 어찌하여 그곳에 가서 너와 혼인을 하였단 말인가?”

요괴는 태연히 거짓말을 하며 대답했다.

“폐하, 소신은 어릴 적부터 활쏘기와 말을 타는 것을 좋아하며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13년 전, 소신은 하인 수십 명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한 호랑이가 여인을 등에 태운 채 산비탈을 내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신은 활로 그 호랑이를 쏘아 쓰러뜨리고 여인을 구출한 뒤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온수로 그녀를 깨운 후 물었으나, 그녀는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녀가 폐하의 삼공주라고 했다면, 소신이 감히 마음대로 혼례를 올렸겠습니까?

분명 그녀를 데려와 폐하께 아뢰고 관직을 청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평범한 민가의 딸이라고 말했고, 소신은 이를 믿고 그녀와 혼례를 올렸습니다.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는 재능이 있어 서로 마음이 맞아 결혼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요괴는 거짓말을 이어갔다.

“혼례를 올린 후, 소신은 그 호랑이를 죽이려 했으나, 공주께서 차마 죽이지 말라고 간청하셨습니다.

당시 공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과 땅의 뜻으로 부부가 되었으니, 중매인도 증인도 없이 맺어진 인연이오.

전생에 붉은 실로 발목이 묶인 인연이라면, 이번 생에 호랑이를 중매인으로 삼은 것이오.’

공주의 말씀을 듣고 소신은 그 호랑이를 묶었던 줄을 풀고 목숨을 살려주었습니다.

그 호랑이는 화살을 맞은 채 산으로 도망쳤고, 몇 년 동안 생명을 부지하며 수련한 끝에 요괴로 변했습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을 홀리고 해치고 있습니다.”

요괴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소신이 들으니, 당(唐)에서 온 승려들이 경전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그 요괴가 그들을 해쳤다고 합니다.

요괴는 당승의 신분증서를 빼앗고 그로 변신해 지금 폐하를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폐하, 저기 수놓은 방석에 앉아 있는 자가 바로 13년 전 공주를 등에 태우고 있던 그 호랑이입니다.

그는 진정한 경을 구하는 승려가 아니라 요괴입니다!”


국왕은 요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물었다.

“부마여, 어찌하여 저 승려가 공주를 등에 태운 호랑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오?”

요괴는 태연히 대답했다.

“폐하, 소신은 산속에서 호랑이를 먹고 호랑이 가죽을 입으며 살았습니다.

심지어 호랑이와 함께 자고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어찌 그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본모습을 드러내도록 해보시오.”

요괴는 공손히 대답했다.

“폐하, 맑은 물 반 잔만 빌려주시면 제가 그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국왕은 관리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명령했고, 관리가 물을 가져와 부마에게 건넸다.


요괴는 물잔을 받자마자 손에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갑자기 몸을 솟구치며 당승(唐僧)을 향해 강렬한 주문을 외우며 물을 뿌렸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변해라!”

그 순간 당승의 본모습은 대전 안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말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호랑이는 국왕과 신하들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호랑이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희고 넓은 이마와 둥근 머리, 몸 전체에 꽃무늬 같은 무늬가 있고, 번개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네 발은 강인하고 곧게 뻗어 있으며, 스무 개의 발톱은 날카롭고 구부러져 있었다.

톱날 같은 이빨이 입을 가득 채웠고, 귀는 눈썹과 연결되어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크고 사나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황소와 같은 강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은빛처럼 반짝이는 뻣뻣한 수염은 위로 뻗어 있었고, 붉은 혓바닥은 불길 같은 악취를 내뿜었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호랑이였으며, 뿜어내는 위풍은 대전 안을 가득 채웠다.


국왕은 호랑이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고 혼이 나가며 넋을 잃었다.

신하들 또한 공포에 질려 뿔뿔이 흩어지며 도망쳤다.

그러나 용기가 있는 몇몇 무장이 장군과 교위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호랑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만약 하늘이 당승(唐僧)의 목숨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스무 명의 승려가 있어도 모두 고깃덩이로 전락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때 천계의 정갑신(丁甲神), 게제신(揭諦神), 공조신(功曹神),

그리고 호교신(護教神)이 몰래 하늘에서 당승을 보호하고 있었다.

덕분에 무장들이 휘두른 무기는 모두 호랑이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날이 저물 무렵, 신하들은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며 호랑이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철사슬로 호랑이를 묶고, 철로 만든 우리에 가둔 뒤 궁궐의 방 한켠으로 옮겨 두었다.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광록사(光祿寺)에서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게 했다.

연회는 부마(駙馬)가 호랑이를 잡아 국왕과 나라를 구한 공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국왕은 연회 중 신하들에게 말했다.

“부마가 없었다면 그 중이 우리를 해쳤을 것이다!”

그날 밤, 조정의 일정을 마친 뒤 요괴는 은안전(銀安殿)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열여덟 명의 궁녀와 재녀(才女=음악과 춤에 능한 여인)들을 뽑아 노래와 춤으로 연회를 꾸몄다.

악기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져 요괴를 즐겁게 해 주었고,

요괴는 상석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궁녀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며 요괴를 기쁘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술이 무르익고 이경(二更, 밤 9시에서 11시 무렵)이 되자 요괴는 술에 취해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요괴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웃으며 흉포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큰 손으로 피리를 연주하던 한 궁녀를 붙잡아 들더니, 머리를 한 입에 물어뜯었다.

이를 본 나머지 열일곱 명의 궁녀들은 혼비백산하며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포와 혼란은 이러했다.

궁녀들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재녀들은 급히 놀라 도망쳤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밤비에 젖어 무너지는 연꽃 같았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작약처럼 허둥댔다.

삶을 구하려고 피리를 내팽개치고, 생존을 위해 거문고를 떨어뜨렸다.

궁전 문을 나서면서 남쪽과 북쪽을 가릴 틈도 없었고, 대전을 벗어나며 동쪽과 서쪽을 헤아릴 여유도 없었다.

머리를 부딪쳐 얼굴에 상처를 입거나, 예쁘던 얼굴을 문짝에 찧어 일그러뜨린 이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오직 한 가지 목표로 움직였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도망치는 것이었다.


궁녀들과 재녀들은 모두 밖으로 도망쳤지만,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밤이 더욱 깊어지자,

그녀들은 국왕에게 알리러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모두 낮은 담장 아래 숨어 몸을 떨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시각, 요괴는 여전히 상석에 앉아 혼자 술을 따르고 홀로 마시며 흥을 즐기고 있었다.

술 한 잔을 들이킨 뒤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두어 번 베어 물었다.

그는 안에서 쾌락에 빠져 있었고, 밖에서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승이 사실은 호랑이 요괴라네!”

이 소문은 점점 커지며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고, 결국 금정관역(金亭館驛)까지 전해졌다.

이때 역참에는 아무도 없었고, 다만 당승이 타고 다니던 백마가 여물통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이 백마는 본래 서해의 소용왕(小龍王)이었으나,

천계를 거스르는 죄를 지어 뿔이 잘리고 비늘이 벗겨져 흰 말로 변형되어 당승을 등에 태우고 서쪽으로 경전을 구하러 가는 임무를 맡게 된 존재였다.

백마는 당승이 호랑이 요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 스승님은 분명히 선한 분이셨다.

아마도 요괴에게 당해 호랑이로 변한 게 분명하다.

스승님이 위험에 빠진 게 틀림없다.

어쩌지? 어쩌지? 대사형(大師兄, 손오공)은 떠난 지 오래고, 팔계와 사승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백마는 초조하게 이경(二更, 밤 9시~11시)까지 기다리다가 마침내 결심했다.

“지금 내가 나서서 스승님을 구하지 않으면 모든 공덕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백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갈과 고삐를 끊어내고 안장마저 흔들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본모습인 용으로 변신하더니, 검은 구름을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상황을 살피기 위해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삼장(三藏)은 서쪽으로 가며 세존(世尊)을 뵈러 나섰고,

도중에 악한 요괴들의 기운이 그를 가로막았네.

오늘밤 호랑이로 변한 재난을 피하지 못했지만,

백마가 고삐를 끊고 주인을 구하러 나섰도다.


소용왕(小龍王)은 구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은안전(銀安殿) 안은 등불과 촛불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청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붉은 촛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여덟 개의 굵은 초가 환히 타오르고 있었다.

소용왕은 구름을 낮추어 은안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요괴는 대청 상석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사람 고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용왕은 냉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녀석 참 수준 낮구나.

정체가 다 드러났는데도 아직 저러고 있다니.

사람 고기나 뜯어먹으면서 뭘 더 기대한다는 건지.

스승님께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저 요괴부터 다루고 보자.

잠시 속여서 붙잡고 나서 스승님을 구하면 되겠지.”

소용왕은 곧 몸을 흔들며 변신했다.

이번에는 가냘프고 단아한 궁녀의 모습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의 변신은 완벽했다.

몸매는 우아하면서도 가벼웠고, 얼굴은 아름다우며 매혹적이었다.


소용왕은 천천히 걸음을 재촉하여 은안전으로 들어갔다. 그는 요괴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

“부마님,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대신 제가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

요괴는 소용왕을 흘긋 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럼 술이나 따르거라.”

소용왕은 술병을 받아 들고 요괴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잔은 넘칠 듯 가득 찼지만, 단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이는 소용왕이 사용한 ‘수압법(逼水法)’이라는 기술이었다.

요괴는 이를 보고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네가 이런 기술도 쓸 줄 아느냐?”

소용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쯤이야. 원하신다면 더 높이 쌓아보겠습니다.”

요괴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다. 더 높이 쌓아봐라.”

소용왕은 술병을 다시 기울였다.

술은 점점 높아져 마치 13층 보탑처럼 뾰족하게 쌓였지만, 단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요괴는 고개를 들이밀어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곁에 있던 시체를 끌어당겨 한 입 물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노래도 부를 줄 아느냐?”

소용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은 할 줄 압니다.”

그는 곡조에 맞춰 작은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다시 술잔을 따랐다.

요괴는 이어 물었다.

“춤도 출 줄 아느냐?”

소용왕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조금은 할 줄 알지만, 맨손으로 추는 춤이라 그리 볼 만하지는 않을 겁니다.”

요괴는 흥미로운 듯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보검을 꺼냈다.

그리고 칼집에서 보검을 뽑아내더니 소용왕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럼 이걸 가지고 한번 춰봐라.”


소용왕은 보검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준비한 뒤 술상 앞에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는 칼을 위아래로, 좌우로 능숙하게 휘둘러가며 화려한 검술을 선보였다.

요괴는 소용왕의 칼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했다.

하지만 소용왕은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바꾸어 칼을 요괴에게 겨누고 강하게 내려쳤다.

요괴는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피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히 양손으로 대청에 있던 커다란 붉은 촛대를 집어 들어 보검을 막아냈다.

이 촛대는 순철로 만들어져 무게가 팔 구십근(약 50kg)에 달하는 무거운 물건이었다.

둘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은안전을 뛰쳐나왔다.

소용왕은 본모습인 용으로 돌아갔고, 요괴는 구름 위로 올라가 소용왕과 공중에서 격전을 벌였다.

어둠 속에서의 격전은 다음과 같았다.

한쪽은 완자산(碗子山)의 흉측한 요괴,

다른 한쪽은 서해에서 벌을 받아 인간으로 변했던 진짜 용이었다.

요괴는 흰 번개처럼 광채를 뿜어냈고,

용은 붉은 구름처럼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요괴는 땅 위를 뛰노는 흰 이빨을 가진 늙은 코끼리 같았고,

용은 금빛 발톱을 가진 야생 살쾡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하나는 하늘을 받치는 옥기둥 같았고,

다른 하나는 바다를 떠받치는 금빛 들보 같았다.

은빛 용은 하늘에서 춤추고, 황색 요괴는 허공에서 날아올랐다.

양쪽 모두 보검과 붉은 촛대를 휘두르며 멈추지 않고 싸웠다.


소용왕과 요괴는 구름 속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두 존재는 팔 구합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소용왕의 팔은 점차 힘이 빠지고 근육이 저려왔다.

반면 요괴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더욱 기세를 올리며 소용왕을 몰아붙였다.

소용왕은 힘이 부치자 결국 보검을 들어 요괴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요괴는 칼을 잡아채는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소용왕의 보검을 정확히 붙잡더니, 다른 손으로 들고 있던 붉은 촛대를 내던졌다.

소용왕은 촛대를 피하지 못하고 뒷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는 아픔을 참으며 몸을 급히 돌려 구름에서 내려와 도망쳤다.

힘겹게 어수하(御水河)에 도착한 소용왕은 물속으로 몸을 숨기며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요괴는 소용왕을 쫓아 강가로 내려갔지만, 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소용왕이 떨어뜨린 보검과 붉은 촛대를 주워들고는 다시 은안전으로 돌아갔다.

은안전에 돌아온 요괴는 별다른 경계 없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방심한 태도로 상석에 앉아 원래처럼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들었다.


소용왕은 강물 속 깊이 몸을 숨기고 잠잠히 상황을 살폈다.

반 시간쯤 지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를 악물고 아픈 다리를 이끌며 물 밖으로 나왔다.

그는 검은 구름을 타고 곧장 금정관역(金亭館驛)으로 돌아가 다시 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여물통 아래에 엎드린 그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온몸은 물에 젖어 축축했고, 다리에는 깊은 상처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의 상황은 마치 이러했다.

뜻을 잃은 말과 흩어진 원숭이처럼 협력은 끊어지고,

금(金)과 나무(木)의 정기가 쇠락하듯 모든 것이 시들어갔다.

중매를 돕던 황노(黃婆)는 손상되어 서로를 구분할 수 없고,

도(道)와 의(義)가 멀어지니 어떤 성과도 이룰 수 없었다.

(각주:

황노(黃婆)는 중국 고대 신화에서 물의 신인 감여(監汝) 또는 부부의 화합을 상징하는 역할에서 파생된 존재입니다.

황노는 혼인과 관련된 중매나 인연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았으며, 부부 간의 화합과 조화를 상징적으로 돕는 존재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당승(唐僧)이 재난을 당하고 소용왕이 전투에서 패배한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자.

이제 저팔계(豬八戒)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사승(沙僧)을 버려둔 뒤 숲속에 몸을 숨겼고,

돼지굴처럼 움푹 파인 진흙 웅덩이에 들어간 후 그 안에 파묻힌 채 깊은 잠에 빠졌다.

팔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주위를 둘러본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눈을 비비며 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도 없었다.

산은 깊어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들판은 고요하여 닭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늘의 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시간이 약 삼경(三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쯤 되었음을 짐작한 팔계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승을 구하러 돌아가야겠지만, 정말이지 혼자서는 힘들다.

‘외줄로는 천을 짜지 못하고, 한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는 말은 딱 이럴 때 쓰이는 거겠지.

어쩔 수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성으로 돌아가 스승님을 만나 뵙고 상황을 보고한 뒤,

폐하의 허락을 받아 용감한 병사들을 뽑아 내일 다시 사승을 구하러 가는 편이 낫겠다!’


팔계(八戒)는 구름을 타고 성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역(金亭館驛)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적막했고 달빛만이 고요하게 비추고 있었다.

팔계는 복도를 따라 스승님을 찾으려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나 삼장(三藏)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쪽에 누워 잠든 흰 말을 발견했다.

팔계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말의 온몸은 물에 젖어 축축했고, 뒷다리에는 접시 크기만 한 푸른 멍이 들어 있었다.

이를 본 팔계는 깜짝 놀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이 말은 움직인 적도 없는데, 온몸이 땀투성이에 다리에 멍까지 들었잖아?

혹시 나쁜 놈들이 스승님을 습격하고 이 말까지 때린 건가?”

팔계가 고민하며 말을 살펴보는 그 순간, 흰 말이 갑자기 입을 열어 말했다.

“형님!”

팔계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는, 겁에 질려 재빨리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흰 말이 목을 쭉 뻗어 그의 옷자락을 물며 붙잡았다.

“형님, 제발 도망가지 마세요. 저입니다.”

팔계는 뒤를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 네가 사람처럼 말을 한다고? 이런 일이 생겼다니 분명히 큰 재앙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소용왕(小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스승님이 큰 위험에 처한 걸 모르시겠습니까?”

팔계가 되물었다.

“난 모르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용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과 사승(沙僧)이 황제 앞에서 요괴를 잡겠다고 큰소리를 쳤죠.

상을 받을 생각에 요괴를 얕잡아본 거예요.

그런데 그 요괴는 당신들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결국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죠.

그 사이 요괴는 자신을 잘생긴 선비로 변신시켜 황제와 친인척인 척하며 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을 범무늬 호랑이로 변하게 만들어 철창에 가둬 버렸어요.

이 소식을 듣고 저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신들이 이틀째 소식이 없으니 제가 아니었으면 스승님은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소용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용으로 변신해 스승님을 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은안전(銀安殿)에서 요괴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를 속이기 위해 궁녀로 변신했죠.

요괴는 방심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를 공격하려던 제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팔계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된 거야?”

소용왕은 이어 말했다.

“요괴는 칼을 잡아채는 기술이 있었어요.

제가 그를 공격하려 칼을 휘둘렀지만, 그는 제 칼을 빼앗아 역으로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붉은 촛대를 들어 제 뒷다리를 때렸습니다.

저는 도망치느라 간신히 어수하(御水河)로 몸을 숨겼습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도망쳐 나왔지만, 이 다리의 멍이 바로 그 촛대에 맞아 생긴 것입니다.”


팔계는 소용왕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소용왕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제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팔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냐고! 몸을 움직일 수는 있겠니?”

소용왕은 화가 나서 되물었다.

“제가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팔계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네가 움직일 수 있다면 어디 바다 속으로나 들어가 버려라!

짐은 내가 메고,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 고노장(高老莊)에서 다시 장가나 들러 가야겠다!”

소용왕은 화가 나서 팔계의 검은 옷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형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함께 스승님을 구하러 갑시다.”

팔계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

이미 사승이 잡혀갔고, 나는 요괴를 당해낼 힘이 없어.

지금이야말로 뿔뿔이 흩어지는 게 맞는 거 아니냐?”


소용왕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형님, 그런 체념하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스승님을 구하려면, 형님이 누군가를 데려와야 합니다.”

팔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굴 데려오라는 거야?”

소용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구름을 타고 화과산(花果山)으로 가서 대사형(大師兄) 손행자(孫行者)를 모셔오세요.

그분은 강력한 요괴를 제압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스승님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 패배에 대한 복수도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팔계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제, 다른 사람을 부르라면 몰라도, 그 원숭이는 안 돼.

나랑 사이가 좀 안 좋거든.

예전에 백호령(白虎嶺)에서 백골부인(白骨夫人)을 죽인 뒤,

내가 스승님께 긴고아(緊箍兒) 주문을 외우라고 했던 일 때문에 그가 날 원망하고 있어.

난 그저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스승님이 진짜로 주문을 외워 그 원숭이를 쫓아버렸잖아.

그 뒤로 그는 나를 무척이나 미워했어.

내가 가서 말을 잘못하면, 그가 들고 다니는 무거운 몽둥이로 날 몇 대 때리지 않겠어?

그럼 내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소용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님, 그는 절대로 형님을 때리지 않을 겁니다.

그는 의리 있고 인자한 원숭이 왕입니다.

형님이 가서 스승님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바로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세요.

‘스승님이 당신을 보고 싶어하십니다.’ 이렇게 말해서 그를 데려오세요.

그가 이곳에 와서 상황을 보면 분명히 화가 날 겁니다.

그러면 그는 반드시 그 요괴와 싸워 이길 것이고, 스승님을 구해낼 겁니다.”

팔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어, 알겠어.

네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말하니, 내가 가지 않으면 오히려 내 성의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겠군.

내가 가서 그가 따라온다면 함께 돌아오겠지만,

그가 오지 않겠다면 너도 나를 기대하지 마.

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소용왕은 힘주어 말했다.

“꼭 가 보세요. 분명 그는 따라올 겁니다.”


팔계는 마침내 구치정파(九齒釘耙)를 챙기고 옷을 단정히 매무새한 뒤, 구름을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그의 여정은 기적적으로 순조로웠다.

스승님의 운명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인지, 팔계는 마침 바람을 등지고 길을 나섰다.

커다란 귀를 돛처럼 세우고 바람을 타고 가니, 어느새 동양대해(東洋大海)를 넘어갔다.

구름을 내려놓고 땅에 발을 디딘 것은 태양이 하늘에 뜬 시간쯤이었다.

팔계는 주변을 둘러보며 산속으로 들어가 손행자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팔계가 산길을 걸어가던 중 갑자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손행자(孫行者)가 산골짜기에서 수많은 원숭이들과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1,200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었다.

원숭이들은 손행자를 향해 일제히 외쳤다.

“만세! 대성(大聖) 어르신!”

이를 본 팔계는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잘 살고 있네, 잘 살고 있어.

어쩐지 승려 생활은 안 하려 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이래서였구만.

이렇게 많은 부하들과 큰 산까지 가지고 있으면, 누가 승려 노릇이나 하고 싶겠어?

나라도 이런 재산이 있다면 승려는 안 했을 거야.

그런데 이제 여기까지 온 이상, 그래도 얼굴은 한번 봐야겠지.”

팔계는 손행자를 살짝 두려워했기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

그는 풀숲을 살피며 몰래 다가갔고,

원숭이들 사이로 슬그머니 들어가 그들처럼 고개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그러나 손행자는 높은 곳에 앉아 있었고, 그의 날카로운 눈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팔계를 금세 알아차리고 물었다.

“저 무리 중에서 이상하게 절하는 녀석은 누구냐? 당장 잡아오너라!”

손행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작은 원숭이들이 벌떼처럼 팔계를 에워싸고 끌어냈다.

그들은 팔계를 땅에 눕혀 꼼짝 못하게 했다. 손행자는 팔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괴이한 자냐?”

팔계는 고개를 떨구며 공손히 대답했다.

“형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

손행자는 팔계를 훑어보며 말했다.

“내 부하 원숭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얼굴이 우묵하고 못생긴 게 생김새가 너무 다르구나.

꼭 다른 곳에서 온 요괴처럼 보이는구나.

내 무리에 들어오고 싶다면 먼저 이름과 신분을 밝히고 신청서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꼴로 제멋대로 절이나 하고 다닐 생각이냐?”

팔계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내밀고 대답했다.

“형님, 정말 부끄럽습니다.

제가 이런 모습을 들이대게 될 줄이야.

형님과 저는 형제로 지낸 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 어찌 저를 못 알아보시고 이방인이라 하십니까?”

손행자는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여봐라.”

팔계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어 큰 입을 쭉 내밀었다.

“자, 보십시오. 얼굴을 못 알아보시겠으면 제 입이라도 기억하실 겁니다.”

손행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돼지 팔계(豬八戒)로구나!”

팔계는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며 기뻐했다.

“맞습니다, 맞아요! 제가 바로 돼지 팔계입니다!”

팔계는 속으로 생각했다.

‘날 알아보니 이제 이야기를 꺼내기도 쉬워졌군.’


손행자는 팔계를 보며 물었다.

“넌 왜 당승(唐僧)을 따라 경전을 구하러 가지 않고 여기로 온 것이냐?

혹시 스승님께 무례를 범해서 쫓겨난 거냐?

벌칙서라도 받았다면 가져와 봐라.”

팔계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저는 스승님께 무례한 적도 없고, 벌칙서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손행자는 다시 물었다.

“그럼 스승님께 쫓겨난 것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온 것이냐?”

팔계는 머뭇거리다 거짓말을 꺼냈다.

“사실은 스승님께서 형님을 그리워하셔서 저를 보내 형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손행자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팔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이 날 그리워한다고?

그럴 리 없다.

그날 스승님은 하늘을 두고 맹세하며 직접 쫓아내는 문서를 작성하셨다.

갑자기 나를 그리워하신다니, 아무래도 믿기 어렵군.

나는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팔계는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

“정말입니다!

스승님께서 진심으로 형님을 그리워하고 계십니다!”

손행자는 비웃으며 물었다.

“스승님이 날 왜 그리워하신단 말이냐?”

팔계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을 타고 가시다가 ‘제자들아!’ 하고 부르셨는데,

제가 못 들은 척하고 사승은 귀가 먹은 척했습니다.

그러자 스승님께서 한숨을 쉬며 형님을 떠올리셨습니다.

‘그래도 손행자는 영리하고 재빠른 제자였지.

내가 부르면 바로 대답하고, 한 가지 물으면 열 가지를 알려주곤 했는데…’라고요.

그래서 저를 보내 형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형님, 제발 가 주십시오.

스승님의 간절한 마음을 저버리지 마시고, 멀리서 온 제 정성도 헤아려 주십시오.”

손행자는 팔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바위에서 뛰어내려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고, 동생아. 이렇게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구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보낼 수 없지.

내가 널 위해 먼저 내 산을 보여주고 싶구나.”

팔계는 당황하며 말했다.

“형님, 스승님께서 기다리실 텐데요.

저는 시간이 없습니다.”

손행자는 웃으며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내 산이 어떤지 보고 가라.

스승님께 늦더라도 한 번쯤은 구경해볼 만하지 않겠느냐?”

팔계는 손행자의 강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산을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손행자와 팔계는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갔다.

뒤에는 작은 원숭이들이 줄지어 따라왔다.

그들은 화과산(花果山) 정상까지 올랐다.

화과산은 손행자가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새롭게 정비한 덕분에 다시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있었다.

산의 풍경은 이랬다.

푸른 빛은 옥빛을 닮아 빛났고, 높이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주변은 범이 웅크리고 용이 휘감는 듯한 지형이었으며,

사방에서는 원숭이의 울음과 학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면 구름이 산 정상에 감싸고,

저녁이면 태양이 숲속에 걸려 있었다.

산에서 흐르는 시냇물은 맑고 맑은 소리를 내며 흘렀고,

계곡의 물방울은 옥으로 된 거문고를 연주하듯 맑은 음색을 냈다.

산 앞에는 가파른 절벽과 봉우리가 있었고,

산 뒤에는 꽃과 나무가 울창하게 피어나 있었다.

산 위쪽은 옥녀가 머리를 감던 물그릇과 이어져 있었고,

아래쪽은 하늘강(天河)과 연결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천지의 기운이 모여 봉래산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이루었고,

맑고 탁한 기운이 어우러져 진정한 신선의 동굴을 형성하고 있었다.

붓으로 그리기 어려운 경치요, 신선의 영감으로도 묘사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기묘한 바위는 영롱하게 빛났고,

이 바위들이 봉우리 끝에 고운 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햇빛이 움직이면 수천 갈래의 자줏빛 광채가 생겨났고,

길조의 기운이 흔들리면 만 갈래의 붉은 노을이 번졌다.

신선의 동굴과 복된 땅이 세상에 있었으니,

온 산에는 새로 심은 나무와 꽃이 가득했다.


팔계는 화과산(花果山)의 절경에 감탄하며 끝없이 둘러보다가, 기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 정말 멋진 곳이네요! 과연 세상에서 으뜸가는 명산입니다.”

손행자는 팔계를 힐끗 보며 물었다.

“동생, 이런 곳에서 살면 잘 지낼 수 있겠느냐?”

팔계는 웃으며 대답했다.

“형님, 그런 말씀은 왜 하세요?

이 보배로운 산은 신선의 동굴이고 복된 땅인데, 무슨 ‘잘 견딜 수 있겠느냐’는 말씀을 하십니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웃고 떠들며 산을 내려왔다.

길가에 이르렀을 때,

몇몇 작은 원숭이들이 보랏빛으로 빛나는 포도, 향기로운 배와 대추,

노란 비파(枇杷), 붉은 양매(楊梅)를 손에 들고 무릎을 꿇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보자 공손히 외쳤다.

“대성(大聖) 어르신, 아침 식사를 드십시오!”

손행자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돼지 동생은 먹성은 좋지만 과일로 끼니를 때울 사람은 아니지.

그래, 그래.

하지만 너무 부족하다 생각지 말고, 간단히 먹고 가자.”

팔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상황에 맞게 조절할 줄도 압니다.

그래, 줘봐요.

나도 몇 개 맛보면서 이곳 과일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해보겠소!”


두 사람은 과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자,

팔계는 당승(唐僧)을 구하러 가는 일을 지체할까 염려하며 손행자에게 재촉했다.

“형님, 스승님께서 저와 형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부디 서둘러 함께 가주시지요.”

손행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물의동(水簾洞)에 가서 한 번 놀다 가는 게 어떠냐?”

팔계는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

“형님의 성의는 정말 감사하지만, 스승님께서 오래 기다리고 계시니 동굴로 들어갈 시간은 없습니다.”

손행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오랜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겠다.

여기서 작별 인사를 하자.”

팔계가 당황하며 물었다.

“형님, 함께 가지 않으실 겁니까?”

손행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어디로 가겠느냐?

난 여기서 하늘도 간섭하지 않고, 지상도 관여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내가 뭘 하러 승려로 돌아가야겠느냐?

나는 안 간다.

네가 가서 스승님께 이렇게 전해라.

‘손행자는 이미 떠났으니 더 이상 그를 생각하지 마시라.’고 말이다.”

팔계는 손행자의 말을 듣고 강하게 권유하지 못했다.

자칫 성미를 건드리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손행자는 팔계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민첩한 작은 원숭이 두 마리를 불러 말했다.

“저 돼지가 가면서 무슨 말을 하나 뒤따라가서 들어보고 와라.”

작은 원숭이들은 곧 팔계를 몰래 뒤쫓아갔다.

팔계는 산에서 내려와 세네 리쯤 걸었을 때, 뒤돌아보며 손행자를 향해 투덜거렸다.

“저 원숭이 녀석, 승려 노릇은 하지 않고 요괴처럼 살며 즐거워하고 있군.

내가 이렇게 정성껏 부탁하러 왔건만, 가겠다는 소리 한 마디 안 하고 뻣뻣하게 굴다니!

안 가려면 안 가는 거지, 뭐!”

팔계는 몇 발짝 더 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원숭이 자식, 이따위로 고집을 부리다니! 내가 잘못 찾아왔나 봐.”

이 모든 말을 들은 작은 원숭이들은 급히 돌아가 손행자에게 보고했다.

“대성(大聖) 어르신, 돼지 팔계가 정직하지 못합니다.

가면서 한참 동안 형님을 욕했습니다.”

손행자는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녀석을 잡아와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원숭이 무리가 사방에서 뛰쳐나와 팔계를 덮쳤다.

그들은 팔계를 넘어뜨리고 그의 머리털을 잡아당기고 귀를 비틀며, 꼬리와 털을 마구 잡아끌었다.

팔계는 꼼짝없이 붙잡혀 다시 손행자 앞으로 끌려갔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Leave a Comment

error: 어허 !! 불펌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