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西遊記 제 26장 오공의 방책 모색과 보살의 나무 살리기

서유기 西遊記 Journey to the West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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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장

손오공이 삼도를 돌며 방책을 구하고,

관세음보살이 감천(甘泉)으로 나무를 되살리다.


시에서 이르기를

세상을 살며 날 선 마음 품어야 하고

몸을 닦으며 작은 길에서도 신중하라.

늘 칼 같은 삶이라 하더라도,

마음 삼가며 화와 기만을 멀리하라.

옛 현자들은 다툼 없이 전해졌고,

성인은 덕을 품어 그 시대를 이어갔네.

강인한 자 곁에 강인한 자 있어도,

결국엔 허공과 같으리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진원대선(鎭元大仙)이 손오공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네 능력이 출중한 걸 나도 알고, 네 이름이 자자한 것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정도를 넘었으니, 비록 뛰어난 재주가 있다 해도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서천까지 너를 데리고 가서 네 불조(佛祖)를 만나게 되어도,

인삼과(人蔘果) 나무는 반드시 돌려받아야겠다.

쓸데없는 신통력을 쓰려 하지 마라.”

손오공이 웃으며 답했다.

“선생님, 참 치사하시군요.

나무를 살리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가요?

처음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괜히 싸울 일도 없었을 텐데.”

진원대선이 말했다.

“네가 다투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너를 곱게 봐주지 않았겠느냐!”

손오공이 대꾸했다.

“스승님을 풀어 주신다면 살아있는 나무 한 그루를 돌려드리지요.”

대선이 말했다.

“네게 그런 신통력이 있어 나무를 살릴 수 있다면, 내가 팔배의 예를 갖춰 형제의 연을 맺고 지내겠다.”

(각주:

팔배의 예(八拜之禮)는 전통 중국에서 깊은 존경과 우애를 나타내기 위해 서로 예를 다하는 의식으로, 여덟 번 절하는 예법을 뜻합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높은 존중을 표시하거나 형제의 의를 맺을 때 사용하는 예의로, 상대방을 매우 귀중한 친구나 형제로 인정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손오공이 대답했다.

“좋소. 그들을 풀어 주신다면, 이 노손(老孫)이 책임지고 살아 있는 나무를 돌려드리겠소.”


진원대선(鎭元大仙)은 손오공이 도망가지 못할 것을 알고 삼장, 팔계, 오정을 풀어 주라고 명령했다.

오정이 말했다.

“스승님, 큰형님이 무슨 꾀를 꾸미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팔계가 받아 말했다.

“무슨 꾀겠습니까, 이건 ‘대놓고 사람 속이기’지요.

나무가 죽었는데, 그걸 살릴 수 있다고요?

그럴싸한 말로 꾸며서 나갈 궁리나 하는 거지요.

그가 우리를 생각할 턱이 있겠습니까.”

삼장이 말했다.

“우리를 버려 두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 가서 치료법을 구하려는 건지 물어보자꾸나.”

그리고는 오공을 불렀다.

“오공아, 어찌하여 선장을 속여 우리를 풀어 주게 했느냐?”

오공이 대답했다.

“저는 진실만 말하였는데, 어찌 속이겠습니까?”

삼장이 다시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서 약을 구할 생각이냐?”

손오공이 대답했다.

“옛말에 이르기를 ‘약은 바다 건너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동해를 건너 삼도 십주를 두루 돌며,

신선과 성현을 찾아 죽은 나무를 되살릴 방책을 구해오겠나이다.

반드시 나무를 살려 내겠습니다.”

삼장이 물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손오공이 말했다.

“삼 일만 주시면 됩니다.”

삼장이 말했다.

“좋다. 그럼 네 말대로 삼 일 안에 돌아오도록 하여라.

삼 일 내에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경을 외우겠다.”

손오공이 공손히 말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오공은 서둘러 호피 치마를 단정히 입고 문 밖으로 나가 대선에게 말했다.

“선생님, 걱정 마시고 기다리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동안 제 스승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

하루에 세 번 차와 여섯 끼 식사를 거르지 말고 챙기셔야 합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빠뜨리시면, 이 노손이 돌아와서 당신에게 따지겠습니다.

우선 당신 솥 밑바닥을 깨뜨려 놓을 겁니다.

또, 스승님의 옷이 해어졌다면 빨아서 드리고, 얼굴이 누렇게 뜨면 안 됩니다.

살이 빠지면 여기서 밖으로 나가지 않겠습니다.”

대선이 말했다.

“어서 가거라, 어서 가거라. 굶기지 않겠다.”


오공은 급히 근두운을 타고 오장관(五莊觀)을 떠나 동해로 날아갔다.

허공에서 번개처럼 빠르게, 유성처럼 날아가니 어느새 봉래(蓬萊) 선경에 다다랐다.

구름을 잠시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과연 아름다운 장소가 펼쳐져 있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대지의 신선 고을에 성인들이 모여 있고

봉래의 섬은 파도를 잠재우며 자리하네.

옥대(瑤臺)의 그림자가 하늘에 잠겨 서늘하고

거대한 궁궐의 빛이 바다 위로 떠오르네.

다섯 가지 색의 연기와 노을은 옥피리를 머금고

하늘 높이 별과 달이 금빛 거북을 비추네.

서왕모는 자주 이곳에 와서

세 선인에게 복숭아를 올리셨도다.


손오공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가 곧장 봉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걷다가, 백운동(白雲洞) 밖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세 노인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발견했다.

관전자는 수성(壽星), 대국자는 복성(福星)과 녹성(祿星)이었다.

손오공은 앞으로 나가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형님들, 문안 드립니다!”

세 성인이 이를 보고 바둑판을 거두며 인사를 돌려주었다.

“대성(大聖),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손오공이 대답했다.

“놀러 왔습니다, 형님들.”

수성이 물었다.

“대성께서 도를 버리고 불문으로 들어가셨고, 목숨을 걸고 삼장 법사를 서천까지 호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험한 산길을 오가느라 한가할 틈도 없을 텐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손오공이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노손이 서천 가는 길에 약간의 방해가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습니다.

부탁을 좀 드리고자 하는데, 들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복성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방해를 받으셨습니까?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처리해 보겠습니다.”

손오공이 대답했다.

“가던 길에 만수산(萬壽山) 오장관(五莊觀)에서 막혔습니다.”

세 노인이 놀라며 말했다.

“오장관은 진원대선(鎭元大仙)의 선궁인데, 혹시 그의 인삼과(人蔘果)를 훔쳐 드신 건 아니겠지요?”

손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훔쳐 먹어서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세 노인이 말했다.

“대성께서는 정말 사리 분별이 없으시군요!

그 과일은 맡기만 해도 360년을 살게 하고, 하나 먹으면 4만 7천 년의 수명을 얻게 되는 만수초 환단 같은 보물입니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분은 태어날 때부터 천수(天壽)를 누리는 능력을 지니셨지만,

저희는 정기를 기르고, 호흡을 조절하고, 신을 보존하며,

용과 호랑이의 기운을 조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아십니까?

그 과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대성께서는 모르고 계십니다.

이 세상에 그런 신령한 뿌리는 그 나무 하나밖에 없습니다!”

손오공이 대답했다.

“영험한 뿌리요? 그 뿌리를 제가 이미 끊어 버렸습니다.”

세 노인이 놀라며 물었다.

“뿌리를 끊으셨다고요?”


손오공이 말하기를,

“며칠 전 우리가 오장관(五莊觀)에 갔을 때 그 대선은 집에 없었고,

두 명의 동자가 우리 스승을 맞이하며 인삼과 두 개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승님은 그 과일을 어린아이가 아닌가 하여 거듭 거절하셨고,

동자들은 과일을 들고 가서 자신들이 먹어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나와 내 형제 셋은 결국 몰래 인삼과 세 개를 훔쳐 나누어 먹었지요.

동자들은 모르는 게 없다는 듯 우리를 계속 꾸짖어 댔고,

이 노손은 화가 나서 그 나무를 한 번 후려치니, 나무가 땅으로 쓰러졌습니다.

그 나무는 열매가 전부 떨어지고 가지가 찢어졌으며 뿌리마저 드러나 죽어 버렸지요.

그들이 우리를 가둬 버렸지만, 자물쇠를 풀고 도망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선생이 돌아와 나와 언쟁을 벌이다가 도로 싸우게 되었는데,

그가 손을 살짝 흔들더니 긴 소매에 우리 모두를 쓸어 담더군요.

밧줄로 묶고 몽둥이로 하루 종일 때렸습니다.

그날 밤에도 다시 도망쳤으나 그가 다시 잡아들여 갔습니다.

그는 손에 무기를 들지 않았고 오직 꼬리깃털로 막을 뿐이었지만,

우리 형제 셋의 무기로는 그를 공격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또다시 우리를 모두 소매에 둘둘 말아 가두고,

그 중에 나만 끓는 기름솥에 던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몸을 변신시켜 도망치며 그의 솥을 부숴 버렸지요.

나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도 좀 질린 듯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와 잘 타협해, 스승님과 형제들을 풀어 주면 나무를 살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양측이 평화를 유지하게 된 겁니다.

‘약은 바다 너머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어, 세 분을 찾아온 것이지요.

나무를 살릴 방책이 있다면, 저에게 전해 주시어 삼장을 고난에서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삼성이 손오공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답답해하며 말했다.

“여전히 사리 분별을 전혀 못 하시는군요.

진원자(鎮元子)는 지선(地仙)의 조상이고, 우리는 신선의 종조입니다.

대성께서는 천선(天仙)이긴 하나, 그저 태을산수(太乙散數)에 불과하여

진짜 유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어찌 그의 손에서 벗어나겠습니까?

대성이 잡아 죽인 것이 만약 짐승이나 벌레, 물고기라면 제가 좁쌀 같은 약으로 살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만,

인삼과(人蔘果)는 신령한 나무의 뿌리이니 어찌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방책이 없습니다, 방책이 없습니다.”

손오공은 방책이 없다는 말을 듣고 두 눈썹을 꽉 찌푸리고 이마에 수천 개의 주름을 그렸다.

복성이 말했다.

“대성, 여기에는 방책이 없지만 다른 곳에는 있을지 모릅니다,

어찌하여 여기서 이렇게 근심하고 계십니까?”

손오공이 말했다.

“방책을 찾아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쉬운 일입니다.

바다 끝이나 하늘 끝, 삼십육천을 돌며 찾아도 큰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우리 삼장 장로님께서 법률에 엄격하고 마음이 좁으셔서 나에게 삼일이라는 제한을 두셨다는 겁니다.

삼일이 지나 돌아가지 않으면 저에게 ‘조임 주문’을 외우실 것이 분명합니다.”

삼성이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그 주문이 대성을 얽매지 않는다면 또다시 하늘로 도망치겠지요.”

수성이 말했다.

“대성, 걱정하지 마시오. 그 대선이 상급에 있는 이라 해도 우리와는 교류가 있는 자요.

첫째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에 한 번 뵙고자 했고,

둘째로는 대성을 위함이니, 우리가 세 명이 함께 가서 그를 만나 이 사정을 전하리다.

그리하여 당신의 삼장 장로께서는 조임 주문을 외우지 않으시고,

삼일이건 오일이건 상관하지 않게 하여 약을 구할 때까지 기다리게 할 것이니,

우리 셋이 그 일정을 논하고 헤어질 것입니다.”

손오공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세 분 형님들께서는 어서 출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가 보겠습니다.”

대성은 삼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삼성(三星)은 상서로운 빛을 타고 오장관(五莊觀)으로 향했다.

관의 모든 이들은 하늘 높이 학이 우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알고 보니, 세 노인이 그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들의 도착은 다음과 같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상서로운 빛이 모여들고

창공에는 향기로운 내음이 가득 피어오르네.

수천 가닥의 채색 구름이 깃옷을 감싸고

가벼운 구름 한 점이 신선의 발을 받드네.

푸른 난새가 날고 붉은 봉황이 춤추며

소매를 흔들어 향기 가득 대지를 뒤덮네.

용 모양의 지팡이가 기쁨을 자아내고

눈처럼 흰 수염은 옥 같은 가슴을 스치네.

동안은 즐거워 근심이 없고

건장한 체구에 복이 깃들었네.

별을 손에 쥐고, 바다 창고를 채우며

허리에는 호리병과 보배로운 경문이 걸려 있네.

만년의 장수를 누리며 복이 길게 이어지고

십주(十洲)와 삼도(三島)에서 인연을 쌓네.

항상 세상에 내려와 수천 가지 상서를 보내고

인간에게 백 가지 복을 더해 주네.

온 세상을 덮는 복과 부귀,

무한한 복록과 수명이 기쁘게 내려왔도다.


삼성(三星)은 상서로운 빛을 타고 내려와 진원대선(鎭元大仙)을 찾아갔다.

복당(福堂)에는 화기와 즐거움이 한없이 가득했다.

이를 본 선동(仙童)이 곧장 진원대선에게 보고했다.

“스승님, 바다 건너에서 삼성께서 오셨습니다.”

진원대선은 마침 삼장과 그의 제자들과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라, 이를 듣고 곧 계단을 내려와 손님을 맞이했다.

팔계가 수성을 보자 다가가 손을 붙잡으며 웃었다.

“이 둔하고 멍청한 늙은이, 오랜만이군.

(각주:

원문에는 肉頭老兒(육두노아)라는 표현으로 나옵니다.

직역하면 고기 머리 노인이라는 표현입니다.)

여전히 호탕하게 지내시는군요.

모자도 하나 안 쓰고 말입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승려 모자를 휙 씌워 주며 손뼉을 치고 크게 웃었다.

“좋군, 좋군! ‘관을 씌우면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수성은 모자를 벗어 던지며 팔계를 꾸짖었다.

“이 멍청한 놈, 정말 사리 분별이 없구나!”

팔계가 대답했다.

“제가 멍청하다고요? 당신들이야말로 하인 같지요.”

복성이 말했다.

“네가 멍청한 놈이면서 감히 우리를 하인이라 부르느냐?”

팔계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하인이 아니시라면 어찌 ‘수명 더하기’, ‘복 더하기’, ‘녹 더하기’라고 불리겠습니까?”

삼장은 팔계를 꾸짖어 물러서게 하고, 서둘러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삼성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다.

(각주:

원문에서 삼성의 별명이 ‘添壽’(첨수), ‘添福’(첨복), ‘添祿’(첨록)입니다.

첨은 첨가하다 할 때 첨으로 더하다는 뜻입니다.

팔계가 언어 유희로 삼성을 조롱하는 내용입니다.)


삼성은 후배의 예로써 진원대선에게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잡자 녹성이 말을 꺼냈다.

“오랜만에 존귀한 얼굴을 뵙습니다. 예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은 손대성(孫大聖)이 신령한 산을 소란하게 해서 특별히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대선이 물었다.

“손행자가 봉래에 다녀왔습니까?”

수성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선의 신령한 나무를 상하게 한 일이 있어 저희에게 찾아와 치료법을 구했으나,

저희는 방책이 없어서 그는 또 다른 곳으로 치료법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다만 성승(聖僧)이 삼일 기한을 두어 ‘조임 주문’을 외울까 봐 저희가 이렇게 뵈러 왔고,

또한 그 기한을 조금 늘려 주실 수 있는지 청하러 왔습니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동안, 결코 주문을 외우지 않겠습니다. 외우지 않겠습니다.”


바로 그때, 팔계가 다시 뛰어들어와 복성의 팔을 붙잡고 과일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복성의 소매와 허리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옷을 들추고 여기저기 뒤져댔다.

삼장이 웃으며 말했다.

“팔계야, 그게 무슨 행동이냐?”

팔계가 대답했다.

“행동이 나쁜 게 아닙니다, 스승님. 이걸 ‘매번 복이 들어온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삼장은 다시 팔계를 꾸짖어 물러나게 했다.

팔계는 마지못해 문 밖으로 나가면서도 복성을 노려보며 아쉬운 눈빛을 떼지 않았다.

복성이 물었다.

“이 멍청한 놈아, 내가 너를 화나게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그렇게 째려보는 것이냐?”

팔계가 대답했다.

“화난 게 아닙니다. 이걸 ‘돌아보며 복을 구한다’고 하잖아요?”

팔계가 문 밖에 나가자, 한 동자가 네 개의 찻숟가락을 들고 종을 찾으러 과일을 담아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팔계는 얼른 찻숟가락을 빼앗아 들어가더니, 작은 종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진원대선이 말했다.

“저 중이 점점 예의도 없어지는군.”

팔계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의 없는 게 아닙니다. 이건 ‘사시사철 길상을 기원하는 행동’이지요.”

(각주:

원문에는 番番是福(번번시복) : 매번 복이 들어온다는 표현,

回頭望福(회두망복) : 돌아보며 복을 구한다는 표현,

四時吉慶(사시길경) : 사시사철 길상과 경사를 기원한다는 표현으로 쓰여있습니다.

팔계가 던지는 농담입니다.)


팔계의 장난은 잠시 접어 두고, 이제 손오공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손오공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봉래를 떠나 곧장 방장(方丈) 선산에 도착했다.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방장은 웅장하여 하늘과 다름없고

태원궁(太元宮)은 신선들이 모이는 곳이라네.

보랏빛 대가 삼청로를 비추고

꽃과 나무의 향이 오색 구름 속에 흐르네.

금빛 봉황은 화려한 꽃을 안고 돌며

옥 같은 이슬은 지초밭을 적시네.

푸른 복숭아와 자색 오얏이 새로 익으니

신선들이 장수를 기리며 나누어 먹도다.


오공은 구름에서 내리며 풍경을 감상할 겨를 없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던 중, 어디선가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신비한 학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에 한 신선이 있었다.

그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하늘 가득 만 갈래의 아침 햇살이 나타나고

채색 구름이 끊임없이 빛을 뿜어내네.

붉은 봉황은 꽃을 물고 더욱 생기를 띠고

푸른 난새는 춤을 추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네.

동해처럼 넓은 복과 산처럼 깊은 수명을 지니고

어린아이 같은 얼굴에 건강한 체구를 가졌네.

동천(洞天)에는 불로초가 숨겨져 있고

허리에는 장수를 뜻하는 글자가 걸려 있네.

인간 세상에 내려가 길한 기운을 전하고

세상에 여러 번 재앙을 없애는 기원을 이루었네.

무제가 수명을 연장하도록 명하였고

요지(瑤池)의 반도 연회에 자주 참석하였다네.

세속의 인연에서 벗어나도록 많은 승려들을 가르치고

번개의 빛처럼 밝은 대도를 일러주었네.

그는 바다를 건너 장수를 기원하기도 하고

영산을 찾아 부처를 참배하기도 하였네.

그의 성호는 동화대제(東華大帝)이며

연기 속에서 첫 번째로 존경받는 신선이라네.


손행자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외쳤다.

“대제님, 인사드립니다.”

동화대제(東華大帝)는 서둘러 답례하며 말했다.

“대성이 직접 찾아오다니, 송구하구만.

초라한 거처지만 들어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게.”

이렇게 손을 맞잡고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그것은 아름답고 신령스러운 궁전이었으며,

요지(瑤池)와 구슬 같은 누각이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차를 기다리던 중, 옥빛 병풍 뒤에서 한 동자가 나타났다.

그 동자의 차림새는 다음과 같았다.

몸에는 신선 옷을 걸쳐 채색 구름이 감돌고

허리에는 비단 끈을 묶어 빛이 어우러져 찬란하네.

머리에는 별을 새긴 모자를 쓰고

발에는 이슬 덮인 신을 신고 신선 산을 누비네.

진정한 도를 닦아 본래의 틀을 벗어났고

공덕을 이루니 마음도 평안하도다.

원래의 정기와 기운, 정신을 깨달아

세상의 허황됨을 잘 알아보네.

이름을 버리고 이제는 한없는 장수를 누리며

천체의 주기도 그를 어찌하지 못하네.

복도를 돌아 보배로운 누각에 오르고

하늘의 반도 복숭아를 세 번이나 손에 쥐었네.

향기로운 구름이 옥빛 병풍 너머로 나올 때,

그 소년이 바로 동방삭(東方朔)이었다.


손행자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도둑놈, 여기 있었구나. 대제님께는 복숭아가 없어서 훔쳐 먹지 못했겠지?”

동방삭이 예를 갖추어 인사하며 대답했다.

“늙은 도둑아, 네가 여긴 무슨 일로 왔느냐? 우리 스승님께는 선단(仙丹)도 없으니 훔쳐 먹을 것도 없겠다.”


동화대제가 말했다.

“만천아, 헛소리하지 말고 차를 가져오너라.”

만천(曼倩)은 동방삭의 도명으로, 그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차 두 잔을 가져왔다.

차를 마신 후 오공이 말했다.

“노손이 이곳에 온 것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들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대제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기꺼이 들어 보겠네.”

손오공이 대답했다.

“얼마 전, 제가 삼장 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가던 중 만수산(萬壽山) 오장관(五莊觀)을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동자들이 무례하게 굴어서 내가 화가 나 그 인삼과 나무를 밀어 쓰러뜨렸습니다.

그로 인해 길이 막혀 삼장이 발이 묶여 있으니, 이렇게 찾아와 나무를 치료할 방책을 구하러 온 것입니다.

부디 도와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대제가 말했다.

“남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화를 일으키는구나.

오장관의 진원자는 세상에 동등한 자가 없는 성호를 지닌 자로, 지선(地仙)의 조상이 아닌가?

네가 어떻게 그를 건드렸단 말이냐?

그 인삼과 나무는 풀로 만든 환단이라 할 만큼 귀중한데,

네가 훔쳐 먹은 것도 죄인데도, 더구나 나무까지 쓰러뜨렸으니 그가 너를 용서하겠느냐?”

손오공이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도망쳐 나왔지만 그가 뒤쫓아와 우리를 수건처럼 소매 속에 집어넣어 잡아가 버렸지요.

도리가 없어 나무를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래서 이렇게 찾아뵙고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대제가 말했다.

“내게 구환태을환단(九轉太乙還丹) 한 알이 있지만,

이 약은 세상의 생명을 치료할 수 있을 뿐 나무를 고칠 수는 없다네.

나무는 땅과 목(木)의 정령으로, 하늘이 기르고 땅이 촉촉히 적셔 주는 존재지.

만약 보통의 과일나무라면 치료할 수 있겠으나,

만수산은 선천 복지요, 오장관은 하주의 동천이며,

인삼과는 천지개벽의 신령한 뿌리이니 어떻게 치료할 수 있겠나.

방책이 없네, 방책이 없네.”


오공이 말했다.

“방책이 없다면 노손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대제는 여전히 손오공을 붙잡아 옥 같은 술 한 잔을 권하려 했으나 손오공이 대답했다.

“급히 나무를 살려야 하니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다시 영주(瀛洲)에 있는 바다 섬으로 향했다.

그곳 또한 아름다운 장소였으며,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구슬 나무는 영롱하게 자줏빛 안개를 비추고

영주 궁전은 하늘과 맞닿아 있네.

푸른 산과 녹색 물에 신령한 꽃이 빛나고

옥 같은 술과 견고한 쇠돌이 있네.

오색을 띤 비취 닭은 바다의 아침 해에 울고

천 년 된 붉은 봉황은 붉은 연기를 마시네.

세상 사람들은 호리병 속 풍경을 알지 못하니

억만 년을 이어가는 봄날의 정경을 느낄 수 없네.


대성이 영주(瀛洲)에 도착하니,

붉은 절벽과 구슬 같은 나무 아래,

백발과 긴 흰 수염을 지닌 노인들이 어린아이 같은 얼굴과 학과 같은 흰 머리카락을 지닌 채 바둑을 두며 술을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노래하고 있었다.

그곳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상서로운 구름이 가득하고 향기로운 기운이 떠오르며

채색 난새가 동굴 입구에서 울고 신비로운 학이 산꼭대기에서 춤추네.

비취 연근과 물 복숭아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교이(交梨)와 불조(火棗)를 먹으며 천년의 수명을 즐기네.

각자 불로불사의 교지를 지니고 신선의 명부에 등재되어 있으며

물결 따라 유유히 흘러가고 맑고 고요함에 몸을 맡기네.

천체의 순환도 그들을 얽매지 못하며

대지의 강산도 그들에게는 자유로울 뿐이네.

신령한 원숭이가 과일을 바치며 서로 다정하게 모이고

꽃을 문 흰 사슴이 짝을 지어 친밀히 함께하네.


노인들은 한창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오공은 그들을 보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도 함께 놀게 해 주십시오!”

신선들이 그를 보고 급히 걸음을 내디뎌 맞이했다.

그 모습을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인삼과 나무의 신령한 뿌리가 꺾이자

대성이 신선을 찾아 치료법을 구하네.

붉은 구름이 보배 숲을 에워싸고

영주의 아홉 노인이 나와 그를 맞이하네.


오공은 그들이 아홉 노인임을 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형님들, 유유자적하게 지내시는군요.”

아홉 노인이 대답했다.

“대성께서 그 옛날 바른 길을 지키고 천궁을 소란스럽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보다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듣자 하니 불법에 귀의하여 서방으로 불도를 구하러 가신다던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소?”

손오공은 나무를 치료할 방책을 구하러 온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아홉 노인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참으로 큰일을 저지르셨군요! 저희도 방책이 없사옵니다.”


손오공이 말했다.

“방책이 없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홉 노인이 그를 붙잡고 옥 같은 술과 비취 연근을 권했으나,

오공은 앉기를 거절하고 서서 술 한 잔과 연근 한 조각만 먹고 급히 영주를 떠나 다시 동해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낙가산(落伽山)이 눈앞에 보이자, 그는 구름을 내려 바로 보타암(普陀巖)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관음보살께서 자죽림(紫竹林) 속에서 여러 신들과 목차, 용녀에게 경을 설파하고 계셨다.

그 장면을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높고 성스러운 성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하고

기이한 광경이 끊임없이 펼쳐지네.

아득한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희미한 빛 안에 모두 드러나네.

사성(四聖)은 때에 따라 바른 결과를 얻고

육도(六道)는 그 가르침을 들으며 속박을 벗어나네.

소림에는 진정한 맛이 따로 있으니

꽃과 열매는 향기로 붉게 물들어 가득하도다.


관음보살은 이미 손오공이 다가오는 것을 보시고, 산을 지키는 대신에게 나가 맞이하라고 명하셨다.

대신이 숲 밖으로 나와 외쳤다.

“손오공, 어디로 가는가?”

손오공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이 곰 같은 녀석아, 네가 나를 손오공이라 부를 자격이 있느냐?

예전에 내가 널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넌 벌써 흑풍산의 시귀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은 보살을 모시고 선과(善果)를 얻어 이 선산에 거하며 항상 법을 듣고 있으니,

‘나리’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이 흑곰은 실제로 정과(正果)를 얻어 보살을 모시며 보타암을 지키는 대신이 된 자로,

손오공 덕에 신분을 얻은 터였다.

그는 다만 웃으며 말했다.

“대성님, 옛사람이 이르기를 ‘군자는 지난 잘못을 되새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씀은 이제 그만하시지요.

보살께서 저를 보내어 대성님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손오공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신과 함께 자죽림으로 들어가 관음보살께 인사드렸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오공아, 삼장은 지금 어디쯤 이르렀느냐?”

오공이 대답했다.

“서우허주(西牛賀洲)의 만수산에 이르렀습니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만수산에는 오장관(五莊觀)이 있는데, 진원대선(鎭元大仙)을 만난 적이 있느냐?”

오공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오장관에 머물던 중이었는데,

제자가 진원대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의 인삼과 나무를 훼손하여 그에게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스승님을 가두어 전진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보살은 이를 듣고 상황을 아시고 꾸짖듯 말씀하셨다.

“이 철없는 원숭이 같으니, 사리 분별도 못 하는구나!

그 인삼과 나무는 천지가 개벽할 때 생겨난 신령한 뿌리인데, 진원자는 지선의 조상이라네.

나도 그에게는 삼분의 예를 갖추거늘, 어찌 그 나무를 해치려 했느냐?”

손오공은 다시 절하며 말했다.

“제자가 정말 알지 못했나이다.

그날 그는 집에 없었고, 두 동자만이 저희를 맞이했는데,

팔계가 그 과일을 알고 하나를 달라며 새것을 맛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몰래 과일 세 개를 훔쳐서 형제들과 나누어 먹었지요.

동자들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우리를 심하게 꾸짖었고,

화가 난 저는 나무를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이튿날 그는 돌아와 우리를 뒤쫓아 모두 소매에 집어넣고 밧줄로 묶어 하루 종일 채찍질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 탈출했으나, 그는 다시 쫓아와 우리를 또 붙잡았지요.

세 번이나 반복되어 도망칠 수 없었고,

결국 나무를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 바다로 떠나 약을 찾고자 했지만,

삼도와 여러 신선을 두루 찾았으나 방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마음을 다해 보살께 예를 갖추고 간청 드립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방책을 내려 주시어 삼장이 속히 서천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왜 나를 먼저 찾아오지 않고, 섬으로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느냐?”


손오공은 보살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정말 운이 좋구나! 보살님께 틀림없이 방책이 있으시겠군!’

오공은 앞으로 나아가 다시 한 번 간절히 청했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 정병(淨瓶) 속 감로수(甘露水)는 신령한 나무와 묘목을 잘 치료할 수 있다.”

손오공이 물었다.

“효험이 있었습니까?”

보살께서 대답했다.

“물론이지.”

오공이 물었다.

“어떤 효험이 있었습니까?”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태상노군(太上老君)께서 나와 승부를 겨루자고 하며 내 버드나무 가지를 뽑아 가시더니,

그것을 연단로에 넣어 말려 바싹 마른 채로 돌려주셨다.

내가 그 가지를 이 병 속에 꽂아 두었더니, 하루가 지나 푸른 잎이 다시 돋아나 원래대로 돌아왔지.”

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큰 행운이군요, 정말 큰 행운입니다.

바싹 말라버린 가지조차 살려낼 수 있었다면, 밀어 넘어뜨린 나무야 살리는 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보살께서는 무리들에게 말씀하셨다.

“숲을 잘 지키고 있어라. 나는 곧 다녀오마.”

그리하여 보살은 정병을 손에 들고 나섰고,

앞에서는 흰 앵무새가 지저귀며 길을 열었고,

손오공이 그 뒤를 따랐다.

그 장면을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옥 같은 빛, 금빛 코끼리, 세상의 언어로 다할 수 없는 분,

자비로 고난을 구제하는 위대한 존재라네.

먼 과거 무구불(無垢佛)을 만나 깨달음을 얻으시고,

지금까지 유위신(有為身)으로 세상에 머무르셨네.

수많은 생에 욕망의 바다를 맑혀내고,

마음의 들판에 티끌 하나 남기지 않으셨네.

감로수, 오래도록 참된 묘법이 되어,

보물 같은 나무가 영원히 봄을 맞이하게 하리라.


한편, 오장관에서 진원대선은 삼성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손오공이 구름에서 내려와 외쳤다.

“보살님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마중하시오!”

삼성과 진원자, 삼장 법사 일행은 모두 보전 밖으로 나가 보살을 맞이했다.

보살은 상서로운 구름을 멈추시고, 먼저 진원자와 인사를 나눈 뒤에 삼성과도 예를 다하셨다.

예를 마친 후, 보살은 자리에 앉으셨고, 오공은 삼장과 팔계, 오정을 데리고 나아가 절을 올렸다.

관내의 다른 신선들도 나와 예를 올렸다.

오공이 말했다.

“대선님, 지체하지 말고 향로를 준비하여 보살님께서 나무를 치료해 주시도록 부탁드리십시오.”

진원대선이 허리를 굽혀 보살께 인사드리며 말했다.

“미천한 일로 보살님께서 귀한 발걸음을 하시게 하다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삼장 법사는 내 제자이며, 손오공이 당신께 무례를 범했으니 보물 같은 나무를 치료해 드리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삼성이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사양하지 마시고, 보살님을 정원으로 모시고 가서 나무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진원대선은 곧 향로를 준비하고, 정원을 깨끗이 정리한 뒤 보살을 모셔 앞장섰고, 삼성도 그 뒤를 따랐다.

삼장 법사 일행과 오장관의 여러 신선들도 모두 정원에 들어가 보니,

나무는 땅에 쓰러져 뿌리가 드러나 있고, 잎은 떨어져 가지가 말라 있었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오공아, 손을 내밀어라.”

오공이 왼손을 내밀자,

보살께서는 버드나무 가지를 감로수에 적셔 오공의 손바닥에 되살림의 주문을 그리며 말씀하셨다.

“이 부적을 나무 뿌리 아래에 두고, 물이 솟아나는지 지켜보아라.”

오공이 주먹을 쥐고 나무 뿌리 아래에 심자, 잠시 후 맑은 샘물이 솟아났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이 물은 오행의 그릇에 담으면 안 되니, 반드시 옥으로 만든 표주박을 사용하여 떠내라.

나무를 바로 세운 후 위에서부터 물을 부으면, 자연히 뿌리와 껍질이 붙고,

새싹과 잎이 돋아나 가지가 푸르게 자라며 열매가 맺힐 것이다.”

손오공이 동자들에게 말했다.

“어린 도사들아, 어서 옥 표주박을 가져오너라!”

진원대선이 말했다.

“이 황폐한 산에는 옥 표주박이 없고, 옥으로 만든 찻잔과 술잔밖에 없으니 그것들을 사용해도 되겠소?”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옥으로 된 그릇이라면 괜찮으니, 물을 뜰 수 있는 것을 가져오너라.”

진원대선은 동자들에게 옥으로 만든 찻잔과 술잔을 여러 개 가져오게 했고, 나무 뿌리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떠냈다.

오공, 팔계, 오정은 나무를 바로 세우고 흙을 덮어 고정시켰다.

그들은 옥 그릇에 담은 샘물을 보살께 드렸고, 보살께서는 버드나무 가지로 샘물을 가볍게 뿌리며 주문을 외우셨다.

잠시 후, 물이 나무에 골고루 뿌려지자 나무는 원래대로 푸른 잎이 무성해지며 열매 스물세 개가 열렸다.

청풍과 명월 두 동자가 말했다.

“며칠 전 열매가 사라진 후에 세어 보니 스물두 개였는데, 오늘 되살아난 나무에 하나가 더 열렸네요!”

오공이 말했다.

“‘오래 지내야 사람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느냐.

그날 나 겨우 세 개만 훔쳤는데, 그중 하나가 땅에 떨어졌지.

땅의 신이 이 보물은 흙에 닿으면 사라진다고 했고,

팔계가 내 편파적이라고 탓해서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이제야 정확히 밝혀진 것일 뿐이다.”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오행의 그릇을 쓰지 않은 이유도 이 나무가 오행과 상극이기 때문이었느니라.”


진원대선은 매우 기뻐하며 금으로 만든 막대기를 가져오게 하여 인삼과 열 개를 따고,

보살과 삼성(三老)을 다시 보전으로 모셔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인삼과 연회를 열어 환대했다.

여러 동자들이 상을 차려 자리를 준비하니,

보살을 상석에 모시고, 삼성은 좌석에, 삼장 법사는 우석에,

진원대선은 앞자리에 앉아 함께 과일 하나씩을 나누어 먹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시에서 이르기를

만수산(萬壽山) 속의 고대 동천(洞天), 인삼 열매가 익기까지 아홉천 년,

신령한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열매와 잎이 되살아났네.

삼성은 오랜 인연을 기뻐하고,

네명의 승려는 전생의 연으로 복을 얻었도다.

이제부터 인삼과를 함께 먹으니 모두 불로장생의 신선이 되었네.


이때 보살과 삼성은 각각 인삼과 하나씩을 먹었고,

삼장도 그제야 이 열매가 신선들의 보물임을 알고 하나를 먹었다.

손오공과 두 제자도 하나씩 먹었으며,

진원대선은 이들과 함께 하나를 나누어 먹었고,

관내 신선들도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손오공은 보살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보타암으로 모셔 드렸으며,

삼성은 봉래도로 돌아가도록 배웅했다.

진원대선은 채소와 술을 준비하여 손오공과 형제의 의를 맺었다.

이로써 싸움에서 시작된 인연이 화합으로 이어져 두 무리가 하나가 되었다.

삼장과 제자들은 기쁨에 젖어 밤이 되어서야 휴식을 취했다.

장로가 말하길

인연이 있어 불로초를 먹게 되었으나,

긴 수명을 가진 자에게는 요괴의 고난도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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